제132화
차건우가 담담히 말했다.
“넌 검사 받지 않아도 돼. 아저씨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싫어요. 저도 검사받아보고 싶어요. 제 골수가 마침 적합할 수도 있잖아요.”
차동연이 꿋꿋하게 말했다.
“저 꼭 검사받아보고 싶어요.”
차건우의 안색이 한층 어두워졌다.
“안돼. 너 대신 내가 받아볼게.”
차동연은 아직 너무 어렸다. 그래서 검사가 신체에 해롭든 아니든 차건우는 절대 자기 아들이 검사받는 걸 동의하지 않았다.
차동연이 반발했다.
“싫어요. 재은이는 제 친구예요. 저도 재은이를 돕고 싶어요.”
차건우가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검사받거나 아니면 둘 다 안 받거나 둘 중 하나야. 선택해.”
차동연은 선택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차건우도 물러서지 않고 앞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렇게 바라보지 마. 그래봤자 소용없어.”
차동연은 십 분 동안 차건우를 노려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
다른 한편 하지안은 하재은을 안고 공항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저녁 7시 비행기라 아직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짧디짧은 한 시간 사이 하재은은 벌써 코피를 여러 번이나 흘렸다. 하지안은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재은을 재우고 하지안도 잠깐 눈을 붙였다.
탑승 안내 방송이 울리면서 하지안은 눈을 뜨고 하재은을 깨웠다.
“재은아, 일어나. 우리 비행기 타러 가자. 너 커다란 비행기 보고 싶어 했잖아.”
하재은은 얼굴색이 창백하고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 나 너무 아파...”
하지안은 그저 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막 탑승구로 걸어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안은 한 손으로 하재은을 안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백 교수였다.
하지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백 교수가 자신을 질책하기 위해 전화한 거라고 생각했다. 왜 중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갑작스럽게 퇴원했는지 묻기 위해서일 터였다.
전화를 받은 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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