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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지안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엄마가 날 낳았을 때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후회한 적은 없어? 나 같은 짐 덩어리를 낳은걸?” 고유정은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넌 엄마의 보물인데 무슨 후회야? 널 낳은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어. 자, 네 어릴 때 앨범 좀 볼래? 봐봐, 얼마나 귀여워.” 하얗고 통통한 아기 시절 사진을 보며 하지안의 마음이 찡해졌다. 한편,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하씨 가문 저택 앞에 멈춰 섰다. 하민아는 차건우의 팔에 매달렸다. “건우 씨, 안 들어갈 거예요?” “응.” 하민아는 그를 와락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건우 씨, 오늘 밤 같이 있어 줘요. 네?” ‘하지안 그 계집애도 임신했는데 나도 오늘 밤 임신해 버릴 거야!’ 하민아는 과감히 고개를 들어 차건우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차건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붉은 입술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네? 호텔에서 함께 있었던 그날 밤엔 확실히 설레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역겨워.’ 그가 몸을 틀어 피하자 하민아는 손을 꽉 쥐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건우 씨...” “어떤 일은 결혼하고 나서 하는 게 맞아.” 차건우의 얼굴은 변함없이 차가웠다. “들어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하민아는 어쩔 수 없이 차 문을 열었다. “잠깐.” 차건우가 부르자 하민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돌아봤다. ‘혹시 마음이 바뀐 걸까?’ “앞으로 이 향수 쓰지 마. 냄새 역겨워.” 그의 말투는 담담했다. “그날 호텔에서 썼던 향수는 괜찮았는데.” 하민아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건우 씨가 좋아한다면 앞으로 그 향수만 쓸게요.” “그래.” 하민아가 집으로 들어가자 차건우는 창문을 내려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향수 냄새가 너무 독해서 머리가 아팠다. ... 하민아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서혜민이 물었다. “차 대표님은?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저녁도 다 준비해 놓았는데.” “회의 있어서 회사로 돌아갔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던 하민아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서혜민은 한심하다는 듯 그녀의 이마를 찌르며 말했다. “어쩜 이렇게 못났어? 남자 마음 하나 붙잡지 못해?”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있던 하민아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요? 날 욕할 때가 아니라고요!” “왜 그래?” 서혜민이 급히 물었다. “하지안 그 계집애가 임신했어요. 건우 씨가 알게 되면 내가 가짜라는 거 들통날 텐데... 그러면 나 버릴지도 몰라요!” 하민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뭐? 하지안이 임신했다고?” 서혜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확실해?” 하민아는 흐느끼며 가방에서 검사 결과지를 꺼냈다. 서혜민은 그걸 낚아채듯 뺏어 들었다. 결과지를 본 그녀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 갔다. “걱정하지 마. 아빠랑 상의해 볼게. 넌 마음 놓고 차씨 가문 며느리 될 준비나 해.” 하민아는 눈물을 닦고 애교를 부렸다. “고마워요, 엄마. 내가 진짜 차씨 가문 사모님이 되면 엄마한테 보석도 사드리고 큰 집도 사드릴게요!” 그 말에 서혜민도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 딸, 엄마의 후반생은 너한테 달렸어. 우리 사모님.” 하민아는 더없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음 날 아침, 막 잠에서 깬 하지안은 하지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냐?”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명령조였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지금 집으로 와라. 할 말이 있다.” “시간 없으니까 전화로 하세요.” “병원에서 너희 엄마한테 처방한 특효약 아직 집에 있어. 가지러 와.” 하지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그렇게 친절할 리가 없잖아요?” “넌 말버릇이 그게 뭐냐?” 하지석은 짜증을 감추지 못하며 말끝을 높였다. “당장 와. 기다릴 테니까.” 하지안은 하지석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당신이 가져오든지 제가 시간 될 때 가든지 할게요.” 하지석은 인내심이 바닥난 듯 소리쳤다. “지금 당장 안 오면 너희 엄마한테 네가 임신한 거 다 말할 거다.” 화가 치밀어 오른 하지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히...” “한 시간 줄게. 당장 와.” 말을 마친 하지석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마침 고유정이 다가왔다. “누구 전화였니?” “회사에서 온 연락이야. 엄마, 아침은 못 먹겠다. 나 먼저 가볼게.” 가방을 챙긴 하지안은 급히 집을 나섰다. 40분 후, 하지안은 하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 그녀를 맞이하는 하지석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 “당장 병원으로 가서 배 속에 그 애부터 지워.” “제 일이니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하지안이 단호하게 응수하자 하지석은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며 비웃듯 말했다. “넌 내 딸이다. 내가 왜 상관 못 해? 이미 더럽혀진 건 그렇다 쳐도 지금 와서 사생아까지 낳겠다고? 내 체면은 뭐가 되냐?” 하지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누구 때문인데? 하민아 대신 호텔 가서 허민수 상대하라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나를 이 꼴로 만든 게 당신이라고! 아버지랍시고 정말 인간이 아니야!” 짝! 뺨을 내리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 모습을 본 서혜민은 위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게 좋게 말로 타이르지 왜 때리고 그래요?” 하지안은 혐오감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착한 척 작작 해. 당신도 다를 바 없잖아.” 뜻밖에도 서혜민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너희 아버지는 널 위해 그러는 거야. 겨우 차건우랑 결혼했는데 차씨 가문에서 네가 다른 남자의 애를 가졌단 걸 알면 어떻게 되겠니?” 하지안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딱 좋겠네. 내가 쫓겨나면 당신 딸이 대신 시집가는 거잖아?” “너...” 서혜민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분노했고 하지석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얘 끌고 가!” 하지안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경호원이 순식간에 달려와 그녀를 붙잡고 손발을 묶은 뒤 입에 수건을 틀어막고는 차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 하지석과 서혜민도 차에 올라탔고 차는 곧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향했다. 창밖 풍경은 점점 황량해졌고 마침내 한적한 시골 마을의 허름한 진료소 앞에 도착했다. 하지석이 이미 의사에게 연락을 해둔 상태라 진료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안은 강제로 어두운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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