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여민지의 담담한 말투에는 애매한 멸시가 들어있었다.
문가영은 확실히 진수빈에게는 모자란 사람이다. 능력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진수빈보다 한참 떨어지니까 말이다.
진씨 가문에서 왜 문가영과 진수빈의 약혼을 허락한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문가영은 시선을 내리고 얘기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하지만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문 간호사님.”
여민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얘기했다.
문가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리 이런 감각이 둔한 사람이라고 해도 여민지가 문가영을 적대시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문가영은 그런 여민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함영희는 그런 두 사람을 발견하고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여민지 선생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 선생님이랑 여민지 선생님이 부부인 줄 알겠어요. 문 간호사가 약혼자한테 뭐 좀 물어보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일인가요?”
함영희는 원래 여민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만한 태도의 여민지를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여민지는 함영희의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럼 함 간호사의 말은, 약혼하면 친구도 포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적인 공간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함영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얘기했다.
“여민지 선생님은 유부남 친구를 두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그리고 꼭 사적인 공간도 필요하신 모양이네요.”
그 말에 여민지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함 간호사님, 말조심해주세요.”
“전 여민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줬을 뿐인데요?”
문가영은 함영희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만 해요...”
이러다가 함영희가 문소운과 구혜림한테 미운털이 박힐까 봐 걱정이었다.
“왜 그만하라는 거예요? 진 선생님과 문 간호사가 무슨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여민지 선생님도 알 텐데? 게다가 한 집안 사람이면서 그렇게 유부남한테 붙어 다니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진짜 약혼녀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함영희는 웃으면서 말하고는 또 여민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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