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진수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저녁 먹고 지나가는 길이야. 시간도 늦었으니까.”
문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시간이 늦은 게 왜요?”
진수빈은 얼굴을 찡그리다가 문가영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온몸이 축 처진 채 두 눈에는 슬픔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슬픔만이 아니라 분노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진수빈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문지성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문가영은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 아무 짓도 안 하고 오히려 많이 도와줬어요.”
목이 메어왔다. 문지성이 아니었다면 그들에게 이토록 비참하게 속았다는 걸 몰랐을 거다.
하지만 진수빈의 여전히 찡그린 미간을 보며 문가영은 그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 말을 이어갔다.
“정말이에요.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평생 속고 살았을 거예요.”
단순히 작은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판을 짜놓은 음모였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문가영은 처음으로 칼로 베는 듯한 아픔이 무엇인지 느꼈다.
대체 그들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걸까.
여자라고 버려지고,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났다고 버려졌다.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이용당하다니.
문가영의 몸에 힘이 풀리는 순간 진수빈이 단단히 붙잡았다.
상대가 눈물을 닦아주자 문가영은 지푸라기라도 잡듯 진수빈을 꽉 안았다.
길가에 세워진 차 안에서 진수빈은 문가영의 얼굴을 감싼 채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
이럴 땐 다정하게 배려해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가영은 그의 다정함만이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그 부드러움에 빠져들어 우울한 기분을 덜어냈다.
그녀는 진수빈의 목을 팔로 감싸고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수빈 씨, 당신은 나 속이지 마요. 나한테 거짓말하지 말아요.”
낮게 울먹이는 목소리가 꼭 칭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
문지성으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 후 문가영은 며칠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감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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