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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점심. 누군가가 단톡방에 촬영 중인 여민지의 사진을 보냈다. 함영희가 문가영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문가영은 잠시 굳어버렸다. 여민지가 문가영과 비슷하게 생긴 건 맞지만 분위기가 완벽하게 달랐기에 구분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여민지는 촬영을 위해 부드럽고 다정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몇몇 사진은 문사라와 거의 똑같은 정도였다. “뭘 보는 겁니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흰 가운을 입은 진수빈이 등장했다. 문가영은 핸드폰을 함영희에게 돌려주면서 얘기했다. “홍보 영상 촬영하는 거요.” 진수빈은 관심 없다는 듯 얘기했다. “점심 먹으러 갑시다.” 간호사실에 온 진수빈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문가영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군가가 물었다. “진 선생님, 문 간호사랑 점심 식사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진수빈은 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머, 두 사람 정말 사이가 좋은가 보네요. 그럼 얼른 다녀와요.” 식당에 도착한 문가영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사실 저 기다릴 필요 없어요.” 의사와 간호사는 원래부터 바쁜 사람이다. 그래서 다들 시간이 조금 나면 그 틈에 급하게 밥을 먹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 진수빈은 일부러 문가영을 데리러 왔다. “네가 이런 걸 좋아할 줄 알았어.” 진수빈이 얘기했다. 문가영은 그 말투에서 진수빈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입술을 깨문 문가영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병원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점심 식사를 하는 것도 편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가 진수빈을 찾아왔다. “진 선생님, 큰일 났어요. 여민지 선생님이 아까 넘어져서 발목을 다친 것 같은데 좀 심각해 보여요. 얼른 가보세요!”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발목을 다쳤으면 정형외과를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은 멍해 있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 여민지 선생님이 다쳐서 진 선생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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