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진수빈은 자리에 멈춰서서 문가영을 돌아보았다.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한치의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가영의 눈을 마주할 때 진수빈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잠시, 진수빈은 평소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이희성이 고른 거야.”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문가영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망고를 고른 사람이 진수빈이 아닌 것에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진수빈이 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에 대해 슬퍼해야 할까.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진수빈이 문가영을 보면서 물었다.
“왜? 케이크에 문제라도 있어?”
문가영은 입을 열었다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다시 입을 닫았다. 이때 여민지가 와서 진수빈 옆에 앉으며 얘기했다.
“케이크일 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여민지는 문가영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이 케이크는 이희성이 고른 거야. 그 케이크 전문점에서 가장 잘나가는 거라고. 혹시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 원하는 케이크가 따로 있어?”
진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핸드폰만 바라보다가 얘기했다.
“1분 뒤면 다시 일할 시간이야. 문제 있으면 지금 얘기해.”
문가영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케이크는 이미 눈앞에 있는데, 여기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문가영이 먹지 못하는 케이크지만 진수빈은 이미 케이크를 사주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문가영은 진수빈을 잘 알았다.
진수빈에게 있어서 이 케이크는 그저 생일 케이크일 뿐, 누가 고른 건지, 무슨 맛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문가영이 뭐라고 한다면 진수빈은 그냥 다시 하나 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문가영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떼쓰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추스른 문가영이 애써 웃어 보이며 얘기했다.
“난 괜찮아요. 그저...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진수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알겠다고 대답했다.
문가영은 그런 진수빈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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