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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문가영이 입을 벙긋하는데 진수빈은 이미 여민지 쪽으로 다가간 뒤였다. 여민지 옆에 있던 늙은 환자는 지난주에 개심술을 받은 아들 때문에 연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문가영은 여민지를 향해 다가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주먹을 말아쥐면서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소운과 구혜림이 여민지를 잘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했기에 진수빈은 그저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오후에 퇴근한 문가영은 평소처럼 진수빈을 기다리러 갔다가 여민지와 함께 나오는 그를 봤다.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민지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 여민지는 여전히 서류가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진수빈에게 가방을 건넸다. “이것 좀 들어줄래요?” 진수빈은 말없이 가방을 가져갔고 문가영은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말이 목구멍에 턱 걸려 나오지 않았다. 여민지가 발을 다쳐서 두 사람은 아주 천천히 걸었다. 입원 병동의 출구는 두 갈래인데 한쪽은 계단이고 다른 쪽은 엘리베이터였다. 그런데 마침 그쪽에는 검진을 마친 환자가 병상에 누운 채 실려 오고 있어 여민지는 곧장 계단으로 갔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녀를 보며 문가영은 간호사로서 직업병 때문에 그녀 곁으로 다가가 작게 말했다. “내가 부축해 줄게요.” 그런데 여민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녀는 살짝 손을 들어 문가영의 접근을 거절했고 당황한 문가영은 무의식적으로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진수빈은 여전히 서류가 담긴 가방을 들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긴팔 셔츠를 입은 그는 반듯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문가영의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살짝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다가오는 걸 낯설어해.” 사실 이건 많은 의사들에게 있는 고질병이었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다 보면 어느 정도 결벽증이 생기기 마련이고 사람 몸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는지 잘 알기에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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