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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문가영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고 눈빛 또한 진지했다. 그녀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듯 조용히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수빈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이 관련 있다는 증거가 없어.” 문가영이 답했다. “네, 맞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최근 있은 일들의 영향 때문인지 문가영은 언젠가부터 자신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예전처럼 누구에게나 선의를 베풀지 않았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로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문가영이 진수빈에게 자신은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후에는 권동해 쪽에 한번 가보자.” “왜요?” “나는 일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최선이라고는 생각 안 해. 너도 알다시피 지금 네 행동은 문씨 가문하고는 연을 끊겠다는 거야. 너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해.” 방우지는 두 사람 사이에 소통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진수빈은 그녀에게 모든 걸 설명하려 했다. 권동해와 여민지의 관계상 문씨 가문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가영은 문씨 가문의 양녀였다. 그 단어만으로 그녀는 항상 세상의 시선 아래에서 한 발 낮은 위치에 있어야 했다. 문가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진수빈 씨, 제가 그렇게까지 어리석지는 않아요.” 그녀의 시선은 목소리와 함께 가라앉았다. 지면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흩어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이 집안에 빚을 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여민지가 입을 열기만 해도 권동해 일을 그 자리에서 마무리지어야 했다. 하지만 문가영은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문가영은 다시 고개를 들어 진수빈을 바라봤다. 맑은 눈동자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열 번을 더 말씀하셔도 저는 지금처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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