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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진수빈의 눈동자는 늘 어둡고 깊었다. 한 사람을 바라볼 때면 세상에 오직 그 사람만 남은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문가영은 이유 없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진수빈과 눈이 마주치는 게 두려워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생일 소원이 뭔데요?” 진수빈은 그녀가 자신을 피해버리는 모습을 보고 입술을 살짝 굳혔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딱히 없어.” 문가영은 한 번 더 용기를 냈다. “그래도 말해봐요. 혹시나 내가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녀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단, 그거만 아니면...” 말끝을 흐렸지만 두 사람 모두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결혼 얘기만 아니면 뭐든 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진수빈은 아무 대답 없이 그대로 차를 출발시켰다. 문가영은 조수석에 앉아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바라봤다. 마음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진수빈과의 결혼을 피하게 될 줄은. 한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그를 좋아했으면서. ... 진수빈은 문가영을 케이크 가게 근처에 내려주고 곧장 떠났다. 방우지한테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여민지는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 환자를 돌보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진수빈은 그 도전적인 시도를 마냥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에게 책임을 지는 일이었다. 문가영은 케이크 가게에서 홀로 정성껏 케이크를 만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밤이 깊어질 때까지 진수빈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보내온 건 짧은 메시지 한 통뿐이었다. [긴급 상황, 오늘은 야근할 것 같아.] 문가영은 조용히 생일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촛불을 하나씩 빼고는 케이크를 다시 포장해 냉장고에 넣었다. 케이크가 상할지 아닐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진수빈을 위해 만든 거였기에 그가 먹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문가영은 방으로 돌아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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