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화
문가영은 한동안 진수빈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제가 여민지를 이해해 줘야 해요? 저도 그 여자가 이런 일을 겪은 건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진수빈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문가영은 생각 끝에 참지 못하고 말했다.
“게다가 애초에 당신들도 전부 여민지의 치료 방안을 반대했잖아요. 고집부린 건 그 사람이에요.”
문가영이 말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오히려 냉정하게 들릴 뿐이었다.
진수빈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런 뜻은 아니에요.”
문가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녀는 설명하려 입을 열었다가 문득 진수빈의 조금 전 말이 불편하게 와닿는 걸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건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괜히 저한테 화풀이하지 마요.”
사무실에는 다른 의사들도 있었다.
방우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문 간호사님, 진 선생님은 당신한테 화풀이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마음이 너무 안 좋았던 거예요. 그리고 방금도 현장에 있었거든요, 어떤 일들은...”
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진 선생님은 방금 여 선생님을 막으려다가 자기도 다칠 뻔했어요. 그러니까 조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요.”
문가영은 다시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싸늘했고 초겨울의 안개처럼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무관심은 마치 주변과의 모든 소통을 차단하는 장벽 같았다.
문가영은 크게 숨을 들이쉰 후 다시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어차피 이 일은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그녀는 마지막 문장은 특히 힘주어 말했다.
진수빈이 했던 여민지가 자신을 보면 오정훈이 떠오르니 그녀를 이해해 줘야 한다는 말에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진수빈은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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