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문가영은 진수빈의 말을 알아듣고 시선을 내리고 보청기를 꺼낸 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진수빈 앞에 가져갔다.
청력 장애가 있는 문가영은 여태껏 보청기를 두 개만 써보았다. 보청기의 사용기한은 5년에서 8년이었기 때문이다.
진수빈이 준 첫번째 보청기는 작은 상자 안에 잘 보관해 두었다.
지금 이 보청기는 문소운이 전북 병원에 입사한 문가영을 축하해주면서 준 것이다. 이미 쓴 지 7년이 되었다.
진수빈은 보청기를 검사해보았다. 확실히 문제는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문가영을 쳐다보았다.
문가영은 소파에 앉아서 카카오톡을 보냈다.
[보청기는 아무 문제 없어요. 장 교수님이 얘기하시길, 아마도 신경 문제 같다고 해요.]
진수빈은 시선을 내려서 핸드폰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문가영에게 물었다.
“왜 나랑 같이 올라오지 않은 거야?”
문가영은 진수빈이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라서 눈을 깜빡이다가 핸드폰을 두드렸다.
썼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문가영은 진수빈의 눈치를 보았다.
응급환자와 부딪힐 뻔해서 두려웠다고 얘기해야 하나.
문가영은 입술을 깨물고 글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진수빈 앞에서 나약한 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대답이 오래 걸려도 진수빈은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그저 깊은 밤 같은 눈동자로 문가영을 쳐다보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가영은 더욱 긴장되어서 핸드폰을 꼭 쥔 채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진수빈의 전화가 울렸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진수빈은 핸드폰을 보더니 문가영을 보고 차갑게 얘기했다.
“얘기하기 싫으면 됐어. 마음대로 해.”
말을 마친 진수빈은 서재로 들어갔다.
문가영은 긴장을 풀고 귀를 가볍게 매만졌다. 그리고 보청기를 꺼냈다.
그러다가 보청기를 다시 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문가영은 다시 보청기를 떼고 다른 곳에 보관해 두었다.
소파에 앉은 문가영은 창밖의 야경을 보면서 멍을 때렸다.
만약... 만약 귀에 문제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진수빈은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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