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화
그 말이 떨어지자 문가영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덤덤하게, 거의 감정 없는 어조로 말했다.
“다른 사람은 안 되는데 수빈 씨는 괜찮다는 말이네요.”
진수빈은 짧게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좀 복잡해. 나중에 설명할게.”
여민지와 관련된 일은 진수빈과 문씨 가문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건 문가영에게 차마 설명해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진수빈은 잠시 고개를 숙이다가 문가영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매일 연락할게. 뭐 하고 있는지 얘기해줄게.”
한껏 낮아진 목소리였다.
그는 스스로 낮은 자세로 문가영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가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굳이 안 그래도 돼요.”
예전의 그녀였다면 진수빈이 먼저 메시지를 보내주기를, 하루의 사소한 일상을 나눠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런 기대조차 이제는 지치고 귀찮을 뿐이었다.
진수빈은 그녀 눈에 스친 미묘한 거부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문가영은 이미 돌아서 있었다.
“여기 남은 밥 조금 있어요. 괜찮다면 먹고 가요. 그리고 여민지 씨 일은 어떻게 처리하든 상관없어요. 나한테 따로 말 안 해도 돼요.”
이렇게까지 말한 건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굳이 선을 긋지 않아도 어차피 진수빈은 그렇게 행동할 거라는 걸.
그래서 더는 그가 던진 말 한마디에 헛된 기대를 품고 스스로를 다치게 하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진수빈은 그런 사람이었다.
특히 여민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래서 요즘 문가영은 여민지라는 이름이 잠깐이라도 등장하면 본능적으로 먼저 물러서는 습관이 들었다.
하지만 문씨 가문은 그녀가 조용히 빠져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다음 날 오후, 문가영은 아직 퇴근하지도 않았는데 문소운이 직접 노블로 찾아와 그녀를 문씨 가문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진수빈과 여민지가 있었다.
여민지는 이미 치료를 받은 상태였고 손목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오정훈에게 납치되어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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