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7화
문소운의 말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잔잔했던 분위기를 깨뜨렸다.
여민지와 구혜림 모두 순간적으로 굳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데도 문소운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묻어나는 눈빛 속에는 지극히 냉정하고 치밀한 셈이 숨어 있었다.
진수빈은 겉보기에는 무심하고 차가워 보였지만 실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진수빈은 단지 문사라와의 약속 하나로 그 오랜 시간 동안 문가영을 곁에서 지켜왔다.
그렇다면 지금 그 약속의 대상이 여민지로 바뀐다 해도 불가능할 건 없었다.
게다가 여민지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수빈을 붙잡아둘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
그들이 뒤에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진수빈도, 문가영도 알지 못했다.
문가영은 조용히 진수빈을 따라 자리를 나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집 앞에 도착해서야 문가영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아까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잖아요. 무슨 일이에요?”
진수빈은 짧게 숨을 고르듯 대답을 흐리더니 가방에서 한 장의 검사 결과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민지 정신 상태가 많이 불안해. 받은 충격이 너무 컸어.”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당했으면 그 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
진수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런데 오정훈 쪽은 결국 민지가 나서서 증언해야 해.”
문가영이 고개를 들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건가요?”
여민지의 일은 애초에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 마음은 여민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정훈 같은 인간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눈감아줄 수 없었을 뿐이었다.
진수빈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 뭘 바라려던 것도 아니었다.
오늘 굳이 불러낸 이유도 그 때문은 아니었고.
그저 문소운이 문사라의 이름을 꺼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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