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화
문가영은 그 립스틱 자국을 본 순간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자국은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진수빈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고개를 숙이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행사가 꽤 성공적으로 끝났나 보네.”
문가영은 어렵게 그의 옷깃에서 시선을 떼어냈지만 다시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진수빈은 자신에게 엄격해서 옷은 항상 깨끗하고 단정해야 했다.
옷이 조금이라도 더럽혀지면 참기 어려워했다.
평소에는 옷을 직접 정리해서 문가영이 터치하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데...
문가영은 참지 못하고 다시 그의 옷깃을 쳐다보았다. 그 위치는 애매모호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허락 없이는 보통 그 위치를 만지기 어려웠고, 게다가 립스틱 자국이 있을 수가 없었다.
문가영의 대답을 듣지 못한 진수빈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기 옷깃을 바라보았다.
그 연한 립스틱 자국을 보는 순간,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기압이 순식간에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문가영은 이미 마음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바로 그를 지나쳐 작업자들과 소통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기에 더 이상 진수빈한테 휘둘리면 안 되었다.
진수빈은 자기 옷깃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보니 마음속에 불쾌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문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억지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 립스틱 자국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여민지가 남긴 거였다.
오후에 여민지는 환자가 그녀를 무능한 의사라고 해서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원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자극을 받으니 바로 기절해 버렸다.
진수빈은 계속 그녀더러 들어가서 휴식하라고 했고, 그녀는 또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느라 문가영 쪽으로 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문가영은 작업자들과 소통이 끝나면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진수빈은 계속 그녀를 따라다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게 다 정리되어서야 입을 열었다.
“가영아, 얘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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