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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여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민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한참 뒤에 이성을 찾은 후에야 말했다. “문사라가 죽은 건 승재가 갑자기 미쳐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저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 “정말 너랑 아무 상관도 없다고?” 여수진이 잠깐 멈추더니 되물었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시킨 건 너잖아. 민지야.” 여수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돼. 민지야, 너도 알잖아. 이 일이 절대 문씨 가문 사람들한테 알려져선 안 된다는 걸.” 통화가 끝난 후, 여민지는 결국 여수진에게 2,000만 원을 송금했다. 솔직히 말해서 여수진은 그녀에게 꽤 잘해주었다. 그때 여민지가 길을 잃었을 때 불쌍해서 잠깐 시골에 있는 동생 집에 맡겼다가 간신히 호적에 올려 같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송금 기록을 바라보던 여민지는 여수진이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녀가 신고하는 걸 막지 않았다면 권승재는 정신병 환자라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그때는 마침 해외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만약 그 기회를 놓쳤다면 권씨 가문 조건대로라면 평생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었다. ‘난 그냥 내 꿈을 쫓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 큰 잘못인가? 죽은 사람이 문사라라 해도 그건 문사라가 운이 나빴을 뿐이야. 운이 나빠서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라고.” 이런 과거는 그렇게 내놓을만한 과거도 아니라 여민지는 억지로 이 일을 가슴 한쪽에 묻어두었다. 스스로 이 일을 떠올리는 것도, 다른 사람이 이 일을 꺼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 문가영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유정원과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유정원은 이번 일에 자신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법치 사회라 돈만 있으면 뭐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법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가영이 고집하는 것처럼 장연수에게 믿을 만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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