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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그 일 이후, 결국 먼저 고개를 숙인 건 문가영이었다. 약혼하겠다고 약속한 순간부터, 그린문을 포함한 자선재단의 모든 운영이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사람들 눈에는 그녀가 먼저 원해서 한 약혼이 되어버렸다. ... 문가영은 집에 돌아온 후 옷장 속에 넣어둔 상자와 두 마리의 작은 곰 인형을 꺼냈다. 그 안에 든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지는 않았다. 그저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다가 다시 조심스레 제자리에 넣었다. 그러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수빈에게 직접 진실을 듣고 싶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대답만은 직접 듣고 싶었다. 병원에서는 진수빈이 정형외과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방우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진수빈의 이마 사이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CT, MRI 다 찍었어요. 뼈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며칠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해요.” “그럼 이번에 예정된 수술은요?” “나는 안 들어갈 거예요.” 어깨가 아직도 아팠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통증이 심해지곤 했다. 그 상태로 무리하게 수술에 들어가는 건 환자에게도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방우지는 그의 결정을 이해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했다. “조금만 더 힘 빼고 쉬어봐요. 며칠만 푹 쉬면 나아질 수도 있어요.” 진수빈은 깊이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고는 방우지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요.” “나를 아직도 못 믿어요?” 방우지가 진수빈을 다독이려던 순간, 이희성이 급히 들어왔다. 함영희가 유성으로 간 이후로 이희성의 상태가 눈에 띄게 이상해졌다. 그는 진수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 선생님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민지는 이전에 유산 조짐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방우지가 진수빈이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그쪽 일은 가족분들에게 연락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진 선생님도 지금은 휴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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