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6화
문가영은 이 크리스털 머리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건 그녀가 열다섯 살 때 특히 좋아했던 디자인으로, 돈을 모아 자신한테 선물하려던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진수빈이 대회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 고민 끝에 모아둔 돈으로 진수빈에게 선물을 사준 것이다.
그 선물은 만년필 한 자루였다.
사실 다른 선물들과 비교하면 이 만년필은 다소 저렴한 축에 속했다.
물론 나중에는 진수빈이 사용하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문가영은 눈앞에 놓인 머리핀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말했다.
“이 머리핀을 지금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저한테 팔아도 되고요.”
한때는 차마 사지 못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자신한테 보상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곰은 손을 저으며 문가영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고 했다.
문가영이 거절하려 하자 원래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는데 놀랜 것 같아 감사의 의미로 받아달라고 했다.
문가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 인형 탈을 안 쓰셔도 돼요. 너무 불편하잖아요.”
곰이 물었다.
“그쪽은 입어본 적 있어요?”
문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숨길 것이 없었다.
곰이 계속해서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낯을 좀 가려서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불편해할까 봐 못 벗는 것도 있고요.”
문가영은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오해할까 봐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
문가영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그 여자분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네요.”
“네.”
인형 탈을 쓰고 있어서 답답한 목소리만 들어서는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문가영이 일어나 떠나려 하자 곰은 다시 그녀에게 선물 박스를 건넸다. 여전히 문가영이 받아줬으면 하는 심정인 듯했다.
문가영은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선물 박스를 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이제 집으로 가야 해서요.”
공원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문가영은 점차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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