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8화

이에 불만이 많은 손서희는 몇 번이고 류수정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전부 다 문가영이 말렸다. 유정원은 그녀에게 손서희와 류수정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말한 적 있다. 문가영은 자기로 인해 손서희와 류수정 사이에 불쾌한 일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유진성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가영아, 내가 너희 할머니한테 말해볼게. 걱정하지 마. 내 자식은 자기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익을 챙길 필요가 없거든.” 그는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부드러운 모습으로 문가영을 달랬다. “아니면 내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되지 않겠어?” 비록 농담조의 말투였지만 문가영과 하는 하나의 약속이었다. 유정원이 입을 삐쭉 내밀며 옆에 있는 명우를 바라보았다. “제 생각에는 할머니도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냥 빨리 결혼하라는 뜻인 것 같은데요? 아니면 명우 형이랑 만나보는 거 어때요? 어차피 잘 아는 사이라 저희도 안심할 수 있잖아요.” 처음 듣는 말이 아니라 문가영은 아예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류수정은 이번에 유난히 단호했다. 문가영이 답장하지 않자 두 번이나 전화 와서 그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유진성과 손서희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녀를 경계시키기도 했다. 정말 유정원의 말대로 순순히 결혼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문가영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만나보기로 했다. 집을 나설 때, 유정원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이건 과거의 잘못을 누나한테서 보상받고 싶은 거잖아요.” 유진성이 코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류수정이 이렇게 결혼 문제를 걱정하는 데는 그의 책임이 확실히 있었다. ... 류수정의 전통사상을 봤을 때 소개받는 사람도 아마 같은 나라 사람일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이었던 것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A 국 현지인이었다. 그는 유명 브랜드 회사의 둘째 아들로 매우 신사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오자마자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집에서 반대해서 어쩔 수 없이 소개팅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