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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진예은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 눈길은 곧장 문가영에게 머물렀다. 문지성이 발 벗고 나선 건 다 문가영 때문이라고 믿는 듯했다. 하지만 문가영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놓았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마 또 한 번 그에게 신세를 진 셈일지도 몰랐다. 문가영은 고개를 떨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이들이 건강해진다면야 뭐든 좋지.”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진예은은 문가영을 곁눈질하듯 보고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함영희에게 말했다. “문 대표님이 도와주겠다고 말한 거 말이야. 가영이랑은 상관없지 않을까? 노블 재단 일이니까 거기에서 지원해 주는 건 당연한 거잖아. 이런 선행으로 문 대표님이랑 노블은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하지만 가영이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진예은은 문가영의 손을 꼭 잡고는 낮게 속삭였다. “감정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는 사업가는 없어. 겉으로는 너를 위하는 척해도 실속은 모조리 자기가 챙기잖아.” 그 말은 꼭 문가영의 마음을 꿰뚫은 듯, 진예은이 일부러 들으라고 던진 말 같았다. 문가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예은은 그녀의 손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듯 미소 지었다. 무언가를 눈치챈 함영희는 그저 웃을 뿐,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찬 음식을 먹고 감기에 걸린 것뿐이었다. 약을 먹으니 곧 호전됐다. 문가영과 진예은은 정오까지 보육원에 머물다가 돌아갔다. 함영희는 저녁까지 함께하자고 두 사람을 붙잡았으나 진예은은 방송국에 복귀해야 했고, 문가영 역시 노블로 돌아가야 했다. 진예은은 문가영을 노블로 태워다주겠다 했다. 하지만 진예은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문가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곧장 택시를 잡아 회사로 향했다. 그러나 막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양민경이 다가왔다. “대표님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가영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안에서 마침 다른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테이블 뒤에 앉은 문지성의 얼굴은 어둡게 잠겨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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