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6화
진예은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한순간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문가영은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그때 옆에서 진수빈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송국이 언제부터 남의 사생활이나 캐묻는 데가 됐습니까?”
진수빈은 화가 난 게 분명했다.
분위기가 싸해지자 방송국 스태프는 난처하게 웃으며 둘러댔다.
“다들 두 분 일에 궁금해해서요.”
“우리는 일반인일 뿐입니다. 이런 관심은 필요 없어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먼저 나가버렸다.
문가영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묵묵히 따라나섰다.
두 사람이 모두 떠난 뒤, 진예은은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탁 내려놓으며 차갑게 물었다.
“이 질문, 누가 넣은 거죠?”
방송국 스태프는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그냥 다들 궁금해하니까요. 게다가 질문이 마음에 안 들었으면 빼달라고 말하면 되잖아요.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진예은은 코웃음을 치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
“북원 그룹이 방송국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모르죠? 제발 좀 찾아봐요. 그리고 문가영 씨는 유일 그룹의 장녀예요. 윗선에서 문제 삼으면 그쪽이 책임져요.”
그 말만 남기고 진예은도 뒤돌아 나가버렸다.
문가영은 복도 끝을 돌아 나오다가 간호사실 앞에서 서 있는 진수빈을 발견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게 분명했다.
진수빈이 낮게 말했다.
“집에 데려다줄게. 좀 쉬어야 할 거 아니야.”
“괜찮아요.”
문가영이 곧장 거절했다.
하지만 진수빈은 그 말을 못 들은 체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문가영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며 진수빈은 고개를 떨구더니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많이 피곤하잖아. 내 차로 가면 더 편할 거야.”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 그냥 집에 데려다주기만 할게. 하진 씨 일도 있으니 그 보답이라 생각해도 좋아. 어쨌든 하진 씨는 북원 그룹 직원이잖아. 만약 네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 생겼을지도 몰라. 네 덕에 잘 해결되었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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