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8화
문가영은 고개를 들어 명우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진수빈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떠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짙은 색 외투 차림의 그의 모습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문가영은 잠시 눈길만 주었을 뿐, 곧 시선을 거두었다.
그 반응에 명우가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수빈이가 가영 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문가영이 흠칫하더니 담담히 말했다.
“제 눈에는 괜히 고집부리면서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명우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가영 씨 생각보다 차가운 사람이네요? 정원이 말로는 수빈이랑 질긴 인연이라고 해서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단 말이에요. 꼭 그렇지만은 않나 보죠?”
그 말에 문가영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더 이상 진수빈과 얽히고 싶지 않을 뿐인데 명우는 그녀를 차가운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었으니 마음이 씁쓸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명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와서 노력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그건 명우 씨가 더 잘 알지 않나요?”
명우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문가영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방금은 제가 경솔했네요.”
문가영은 대답 대신 유정원이 보내준 선물 가방을 열었다.
명우 말대로 안에는 모양도, 브랜드도 제각각인 초콜릿이 가득했다. 겹치는 것 하나 없었다.
맨 밑에는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녀를 그리워한다는 말과 A국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명우는 자신의 말실수로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느꼈다.
괜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뜨려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췄다.
“아, 며칠 뒤 열리는 비즈니스 파티가 있는데 가영 씨도 참석할 거예요?”
문가영이 물었다.
“비즈니스 파티요?”
“자선 행사인데요. 사람이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돌아오기 전에 유 대표님과 손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기회가 되면 전북과 전남에 있는 친구들을 가영 씨에게 소개해 주라고요.”
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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