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3화
문가영은 차라리 송지수를 향해 ‘겁쟁이, 책임도 못 지는 비겁자’라고 소리쳐 버리고 싶었다.
언제나 전북의대에서 신뢰받는 교수, 점잖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지켜 온 송지수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처음으로 낯빛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문가영의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건 통쾌함이 아니라 깊은 피로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도 오랫동안 진예은의 마음을 모질게 밀어내고, 심지어 모든 오명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사람이, 이제 와서 억울한 척을 한다니. 도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그녀의 눈빛에서 차갑고 불편한 기류를 읽은 진수빈이 나섰다.
“송 교수님, 가영이는 지금 휴식 중입니다. 더는 방해하지 마시고 돌아가시죠.”
송지수를 내보낸 뒤에야 진수빈은 문가영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분명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그가 다가서자 문가영은 곧장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유정원이 혀를 찼다.
“쳇, 누나가 왜 화내는지 이제 알겠죠? 당신이나 송지수나 다 똑같은 인간들이라 그래요.”
문가영은 방으로 들어왔지만 속은 여전히 불편했다.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후, 진수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가영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나 혼자 있고 싶어요. 잠깐 나가 주면 안 돼요?”
그는 걸음을 멈췄다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정말 나가 버리면, 넌 또 나랑 헤어지자고 하겠지.”
문가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수빈 씨 마음속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에요?”
진수빈은 그녀 옆에 와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두려운 거지. 혹시라도 송 교수가 또 네 마음에 상처를 낼까 봐... 그게 무서운 거야.”
그 말은 곧, 예전에 자신이 문가영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뜻이었다.
문가영은 옆눈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진수빈은 그대로 그녀 곁에 주저앉더니, 고개를 그녀의 무릎에 기댔다.
“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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