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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렇게 식사는 여민지의 질문으로 끝이 났다. 구혜림은 여민지를 달래기 바빴고 문소운은 문가영을 바라봤다. “엄마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너랑 수빈이는 약혼한 지 몇 년이나 됐고, 수빈이가 아직 사라를 잊지 못했어도 너랑 함께 자란 정이 있잖아.” 결국엔 진수빈이 문가영을 좋아하지 않지만 문사라 때문에 그녀와 함께한다는 걸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닌가. 문사라가 살아있을 때 동생 문가영을 지극히 아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문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느린 보폭으로 진수빈의 뒤를 따르며 문가영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말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진수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고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린 문가영은 그만 진수빈의 팔에 부딪히고 말았다. 늘 진수빈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의 뒤를 따르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작게 물었다. “왜 그래요?” 진수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여민지가 문사라 친동생이야.” “알아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구혜림은 여민지가 문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었다. 진수빈이 왜 또 이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방금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 사람 어떻게 만났어요?” 둘의 거리가 제법 가까워져 문가영은 진수빈의 몸에서 희미한 소독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깨끗하고 차가우면서도 타인에게 거부감을 내비치는 게 그와 똑 닮아 있었다. 멈칫하던 진수빈이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문가영을 내려다보았다. “내 말 못 알아들어?” 문가영은 당황했다. “지금 네가 가진 모든 것은 문씨 가문에서 준 거야.” 진수빈의 뜻을 알 것도 같아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문가영이 작게 되물었다. “그래서요?” 진수빈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만으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그가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원래 여민지 것이었어. 네가 차지하고 있어서 여민지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데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해. 그러니까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민지와 다투지 말고 양보해.” 어차피 사실이라 문가영은 시선을 내린 채 짧게 대꾸만 했다. 하지만 이윽고 감정을 숨기지 못한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진수빈을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 “여민지 씨랑 결혼할 거예요?” 하지만 말을 꺼내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 선을 넘은 질문이다. 역시나 진수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무의식적으로 다시 해명하려 했지만 당황할수록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녀와 진수빈의 약혼은 우연한 사고였다. 문사라의 갑작스러운 죽음, 진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에 대한 문씨 가문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오고 가는 이익이 뻔한 거래 속에서 누구나 암묵적으로 그녀와 진수빈이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녀 또한 조심스럽게 마음을 감춘 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진수빈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고 문가영은 그의 시선에 꼼짝할 수 없었다. “그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여민지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난 그걸 존중해.” 문가영은 누군가 심장을 아프게 움켜쥐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지만 진수빈의 어두운 눈동자를 마주하며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진수빈 앞에서 언제나 속 깊고 얌전한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이 어떻게 감히 언니의 남자 친구에게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겠나. 씁쓸한 감정을 힘겹게 삼키고는 점점 더 거세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횡설수설했다. “나랑은 상관없죠. 그냥 정말 그렇게 되면 미리 말해달라고요. 여민지 씨가 기분 나쁘지 않게 제가 짐 챙겨서 집 나갈게요.”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일그러진 미소를 드러냈다. “여자들은 이래저래 생각이 많으니까요.” 진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문가영의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조금 불편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진수빈은 최근에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미간을 누르며 덤덤하게 대꾸했다. “생각 잘했네. 나중에 민지 의견도 물어볼게. 걔한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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