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4화
유승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잠시 생각하다가 박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야?”
“박태호,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놀라지 마. 내가 기억하기엔 우리가 그저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잠이 들었거든? 그런데 일어나 보니까 7, 8년이 지난 것 같아.”
박태호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 요즘 집 밖에 안 나갔는데?”
그 말을 들은 유승준은 답답한 듯 머리를 내리쳤다.
“그냥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나랑 온예슬의 관계가 어땠는지 알아?”
온예슬에게 직접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몰래 박태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좋진 않았지. 결혼하고 나서 홧김에 해외로 나갔잖아. 3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돌아와서는 이혼하겠다고 난리 피웠는데 좋을 리가 있겠냐? 그러다가 또 이혼하기 싫다면서 말을 바꿨잖아. 예슬 씨는 정말 이혼하려고 했어. 아무튼 예전엔 네가 엄청 귀찮아했어.”
유승준은 가슴이 미어져 말문이 막혔다.
“그렇구나.”
펜을 들고 서류에 사인하던 박태호는 유승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
“요즘 예슬 씨 집에서 살고 있다며?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 못한 거야?”
“바람피운 것 같아.”
유승준은 그 말을 끝내고 난 뒤 수치심에 휩싸였다. 열여덟 살의 유승준은 반항적인 성격이라 화를 내며 난리 치는 게 맞지만 뜻밖에도 가슴이 답답해져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박태호는 놀란 듯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멈췄다.
“예슬 씨 성격상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할아버지가 인정했잖아.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아니야. 내가 직접 봤어. 서로 껴안고 있더라.”
유승준은 행여나 박태호가 비웃을까 봐 수치심이 더 커졌다.
“솔직히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내가 그동안 정말 너무했었나?”
유승준이 사고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박태호는 그저 오늘 밤 그가 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여자한테는 지나친 행동이었지. 네가 해외에서 3년을 지내는 동안 예슬 씨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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