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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이도영이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돌렸다. “걔가 누나를 강제로 데려가 결혼했잖아. 게다가 아이까지 있어. 누나는 몰랐지? 다른 여자랑 아이를 낳았는데 지금까지 아주 잘 숨기고 있어. 걔가 누나랑 함께 지내는 동안 누나한테 잘해주고 다정하게 대해도 절대 속지 마. 누나한테 숨긴 일이 아주 많아. 어쩌면 누나랑 결혼한 것도 아이한테 엄마를 만들어주려는 것일 수도 있어. 그 아이의 친엄마가 누구인지 누가 알겠어. 누나가 말한 서이현일지도 몰라.” 아이에 대한 건 이진아도 정말 몰랐다. 강현우에 대한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진아가 심호흡하고 말했다. “도영아, 제트한테 연락하는 거 잊지 마. 물어볼 게 있으면 직접 나한테 와서 물어보라고 하고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전해줘.” 이도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이진아가 정말로 그 남자를 아끼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더는 뭐라 하지 못했다. 그는 이대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누나를 어렵게 만나 조금만 더 머물고 싶었다. 그런데 이진아는 가차 없이 그를 내쫓았다. “얼른 돌아가. 오늘 밤 여기 왔었다는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이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움에 가지 못하고 계속 뒤돌아봤다. “도영아.” 이진아가 이름을 다시 부른 순간 이도영의 눈빛이 다 밝아졌다. 남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옆에 있는 양은정을 가리켰다. “얘도 데려가서 살만한 집 좀 알아봐 주거나 너의 집에서 살게 해.” 양은정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이도영은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고는 양은정을 업고 이진아에게 약속했다. “누나가 시킨 대로 잘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진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이도영의 체격이 좋아진 걸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해.” 그 말에 이도영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이야.’ 이도영이 양은정을 업고 가려던 그때 양은정이 입을 열었다. “진아 언니...” 양은정은 너무 지친 나머지 눈을 반쯤만 뜨고 이진아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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