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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이진아는 모텔에서 이틀 동안 푹 휴식했다. 얼마 만에 이렇게 편히 쉬었는지 모르겠다. 저녁 무렵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가 둘러보기로 했다. 이 도시는 회암시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경제 대도시였다. 강이 있는 회암시와 달리 이 도시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녀가 묵고 있는 모텔이 작긴 해도 곧은 길을 따라 20분 정도 쭉 걸어가면 바다가 보였다. 이제 봄이 되어 꽃들이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진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걸었고 길가에서 조개껍데기를 파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혼자 해변을 거닐었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동반한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풍경은 꽤 괜찮았다. 그런데 혼자 풍경을 감상하려니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길가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이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영이더러 제트한테 연락하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안 오지? 혹시 제트가 아직 화가 안 풀렸나?’ 이진아는 직접 그에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현우와의 관계 때문에 회암시에서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Z에게 피해가 갈까 봐 두려웠다. “누나, 이미 그 사람한테 전화했어. 여전히 예의가 없더라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어. 정말 이런 사람을 계속 만날 거야?” 이진아가 미간을 어루만졌다. 저녁 바람을 쐬니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제트가 다른 말은 없었어?” 이진아와 강현우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Z가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로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도영이한테서 내가 어디 있는지 알자마자 바로 달려올 줄 알았는데.’ 이진아는 그녀를 향한 Z의 마음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지만 오지 않으니 너무도 초조했다. 이도영은 뭐라 더 말하려다가 강서준의 의심을 살까 봐 다정하게 말했다. “서준 형이 요즘 우리 집에 머물고 있어. 지난번에 그 일을 우리 둘이 함께 계획했었잖아. 강현우가 복수할까 봐 두려워하더라고.” “도영아, 다음부터는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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