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1화
이진아는 둔탁한 총성에 잠에서 깰 뻔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그의 눈빛이 기쁨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으로 변해가는 걸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Z는 가슴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센 비바람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쏟아졌다.
이진아는 영혼을 옭아맨 굴레를 벗어나려고, 어떻게든 깨어나려고 애썼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쨍그랑.
뭔가 깨지는 소리에 이진아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컵이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간밤에 창문을 닫지 않은 탓이었다. 바닷가라 바람이 거셌고 강풍이 불 땐 나무뿌리까지 뽑아버릴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강현우랑 그 섬에 갔을 때도 강풍을 겪었었는데. 뭐야? 왜 뜬금없이 강현우 생각을 하는 건데?’
이진아는 미간을 어루만졌다. 빌어먹을 꿈 때문에 잠을 완전히 설쳤다. 모처럼 며칠 조용히 지내나 했더니 이젠 도저히 다시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그제야 끓어오른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그녀는 창문을 닫지 않고 창가에 서서 얼굴에 찬 바람을 맞았다. 홧홧거리던 열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전화할 사람이 없었다.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Z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진아는 Z가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진아에게 Z는 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것들을 극도로 거부해서 친구라고는 딱 한 명뿐이었다.
그 생각과 조금 전 꾼 꿈이 겹쳐지면서 갑자기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다. 꿈속 장면이 현실에 투영된 것만 같았다.
가느다란 철삿줄이 심장을 꽉 조이는 듯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고통이 밀려왔다.
귓가에 계속해서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있었다. 전화 받기를 간절히 기도하던 그때 마침내 휴대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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