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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이진아는 어리바리해서 먼저 연락할 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두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 모두 위험한 인물이었고 먼저 연락할 것 같지도 않았다. 소민준은 한숨을 쉬고 다시 풀밭에 누웠다. “형, 나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이나 봐. 혼자 있어도 괜찮아.”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소민준이 벌떡 일어났다. 너무 빨라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에게 첫째 형과 둘째 형만 알고 있는 번호가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이 번호로 전화가 오면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무가 없었다. 지금 전화가 왔다는 건 이진아의 전화임이 분명했다. 소민준은 라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아야.” 그의 목소리에 이진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빠, 바빠요?” “아니. 안 바빠. 임무 없을 땐 네 전화를 기다리는 게 일이지. 넌 왜 먼저 전화 안 해? 남편이 너한테 잘 안 해줘? 그때 내가 라키랑 세키를 네 옆에 두라고 했었잖아. 그러면 적어도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텐데.” 그 말에 이진아는 크게 감동했다. 라키와 세키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역시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오빠예요.” 소민준이 드디어 웃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손으로 라키의 털을 뭉텅이로 뽑고 말았다. 라키가 꼬리를 흔들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소민준이 보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표정이 확 바뀌자 옆에 서 있던 남자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서재로 돌아가 의사를 불렀다. “민준이가 연하국에 갔을 때 만났던 여자는 정말 다른 사람이 보낸 게 아니야?” 며칠 만에 저렇게 되다니, 다른 사람이 일부러 꾸민 일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되었다. 소민준은 가장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심지어 한동안은 실험체가 되었었다. 라키와 세키에게 사용한 약물도 그에게 사용했었다. 그동안 그는 누군가 소민준의 지능이 떨어진 점을 이용하여 다른 길로 인도할까 봐 가장 걱정했지만 소민준은 항상 그를 안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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