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5화
이진아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상대에게 천국을 맛보게 했다가 다음 순간에 지옥으로 던져버리는 재주 말이다.
무슨 일이든 항상 그녀의 생각에 달려 있었다.
강현우는 시선을 늘어뜨린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뭔가를 꾹 참는 듯하다가 다시 천천히 힘을 풀었다.
차는 방향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바깥의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졌고 심지어 천둥소리까지 들려왔다. 비가 정말 싫었다.
앞에서 운전하던 주지훈은 그가 또다시 그런 약을 몰래 먹을까 봐 걱정되어 한마디 했다.
“대표님, 사실 사모님께 서운추모공원에 대해 말씀드리면...”
어쩌면 이진아의 마음이 약해질지도 모른다.
강현우의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이미 약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주지훈이 그에게 말했다.
“약을 더 드시면 안 돼요. 지난번 대표님이 쓰러지셨을 때 후유증이 심각했고 의사 선생님도 저한테 잘 지켜보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또 드시면 앞으로 정말 방법이 없어요.”
강현우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통을 참았다.
“난 더 이상 요행을 바라지 않아. 내가 죽으면 진아한테 알려줘.”
그때가 되면 이진아가 복수하고 싶어도 복수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주지훈은 사실 설득할 말이 많았지만 수천 마디의 설득도 이진아의 한마디만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차가 브라운 베이에 도착했다. 강현우에게 우산을 씌워주려고 주지훈이 먼저 내리려는데 차 문을 열기도 전에 뒷좌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우는 이미 차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몇 걸음 되진 않았지만 오늘 밤의 폭우는 일부러 그를 괴롭히는 듯했다.
주지훈이 황급히 뒤쫓아갔다.
“대표님, 다리...”
다리가 낫긴 했지만 앞으로 주의해야 하는 문제점들이 매우 많았다. 어쨌거나 하마터면 다리를 잃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으니까.
지금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해외에서 재활 치료를 받던 날들은 그야말로 고통이었다. 단지 말하기 귀찮아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쩌면 그런 고통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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