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7화
지하실 입구.
블랙맨은 낯익은 기척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권총을 꺼냈다.
모두 아는 얼굴.
그들의 몸에선 선혈 냄새가 진동했고 눈빛은 적의로 가득했다.
“비켜.”
딱 두 글자였지만 그 말엔 조건이 있었다.
지금 비켜주면 살려는 주겠다는 것.
강현우가 정성스레 키운 킬러라 쉽게 죽이진 않을 것이다.
블랙맨은 말없이 검은 모자의 챙을 당겨 썼다.
이윽고 허리에 꽂아둔 두 자루 권총을 꺼내들며 마치 사냥개처럼 적진으로 파고들었다.
불과 몇 초 만에 다섯이 쓰러졌다.
다른 이들이 놀라 총을 쏘려 했지만 블랙맨은 순식간에 몸을 굴려 엄폐물 뒤로 숨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탄창을 교체했다.
블랙맨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고 감정 없는 눈빛은 전투 머신 그 자체였다.
“우리한테 총질을 해? 니 정체 잊었냐?”
30여 명이 몰려들었지만 블랙맨은 눈꺼풀을 내리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탄창을 장전했다.
반사된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그는 다시 몇 명을 조용히 처리했다.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그의 싸움은 언제나 침묵 속에서 완성됐다.
마치 야성의 표범처럼 움직였고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사람들은 쓰러졌다.
그가 한참을 그렇게 싸운 끝에 모든 적이 쓰러졌다.
피 범벅인 바닥 위, 한 손이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배신자 주제에... 넌... 좋은 꼴 못 봐...”
말이 끝나기도 전, 블랙맨은 그 손을 무자비하게 밟아 꺾어버렸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둠 속을 바라보며 모자의 챙을 다시 깊이 눌러썼다.
그는 늘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이 전부였다.
방 안은 피냄새로 가득 찼다.
밖에서는 라키와 세키가 몇 명을 처리하고 조용히 돌아왔다. 두 마리 녀석들은 묵묵히 지하실 입구 앞을 지키고 있었다.
블랙맨은 바닥에 떨어진 손을 발로 차며 투덜거렸다.
“너희 이름, 진짜 라키랑 세키 맞아? 개 이름이 이래 허접하냐.”
두 마리는 아무렇지 않게 꼬리를 흔들었고 이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블랙맨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또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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