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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사실 이진아 역시 같은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한의원 원장까지 세상을 떠났다는 건 그 집단에서도 어떠한 단서를 잡았으니 그렇게 외진 곳까지 찾아갔을 터였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미 이진아를 타깃으로 삼았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모든 곳에 다 노출되어 있었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니 지나칠 정도로 조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 언젠가 꼭 회암시를 떠나야 한다면 나한테는 얘기해주고 떠났으면 좋겠어.” 이도영은 더 이상 이진아가 뭘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모른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이진아는 문 앞까지 걸어가다 말고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몸을 돌려 물었다. “도영아, 내가 전에 정말 단 한 번도, 강현우 씨에 대해서 너한테 얘기한 적 없었어? 정말 단 한 번도?” 그 질문은 이미 한 번 해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자신과 강현우가 어떤 사이였는지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없었어.” 그 말에 이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문득 예전에 적어두었던 글귀가 하나 떠올랐다. ‘절대 강현우를 믿지 마.’ 한때 이진아는 강현우를 경계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메모를 남겼을 리 만무했다. 이진아는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이렇게 머릿속으로만 끙끙 앓아봤자 아무런 답도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훨씬 나았다.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던 이진아는 곧바로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걸린 듯했지만 휴대폰 너머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진아는 가끔 이런 남자의 태도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강현우 씨, 내 집으로 와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요즘은 당분간 브라운 베이로 안 갈 거예요. 밤 10시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와요. 안 오면 난 회암시를 떠날 거예요.” 마지막 한 마디는 협박이었다. 회암시를 떠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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