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7화
그의 목소리는 약간 잠겨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약해 보였다.
심지어 부탁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진아는 그를 보지 않은 채 여전히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어요. 우리는 애초에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 말이 강현우의 기억 속 무언가를 건드렸다.
예전에도 그녀는 똑같이 말했었다.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한 번도 가까이 다가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었다.
이제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이진아는 여전히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하여 강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간신히 올랐던 얼굴의 붉은 기운도 완전히 사라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유승준이 급히 그를 붙잡았다.
“현우야, 일단 먼저 돌아가서 좀 쉬어.”
강현우는 이진아를 바라보며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더니 살짝 아랫배 쪽을 감쌌다.
이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직 정신이 있을 때 갑시다. 브라운 베이에 가서 혼인신고서 가져오죠. 조금만 더 늦으면 동사무소 문 닫을 거예요.”
“이진아 씨!”
유승준의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웠고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다음 순간, 온몸이 덜컥 굳더니 강현우는 이마에 땀이 맺히고 시야가 흔들렸다.
“현우야!”
유승준이 급히 부축했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건 아니었지만 강현우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고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제야 이진아가 그를 한번 바라봤지만 곧 시선을 돌렸다.
“그럼 여기에 계세요. 제가 브라운 베이에 가서 가져와도 똑같으니까요.”
유승준이 이를 악물었다.
“진아 씨 진짜 사람 맞아요? 현우 쓰러지기 직전인데 이 상황에서 꼭 데리고 가서 이혼을 해야겠어요? 진아 씨 심장은 돌로 만든 거예요?”
이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마음이 돌처럼 굳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강현우의 축 늘어진 손가락이 다시 움켜쥐어졌다.
그걸 몇 번 반복하다가 마치 타협하듯 말했다.
“지금은 좀 힘들어. 몸 좀 나아지면... 그때 가도 될까?”
마지막 몇 단어는 조심스럽게, 듣는 사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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