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84화
원경릉은 항상 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딸을 기화에게 보냈기에, 택란은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 곁에서 자주 함께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능 때문에 일찍 철들어야 했었다.
하지만 원경릉은 딸이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그 길이 그녀에게 기쁨과 성취감을 줄 것이며, 그 길을 평생의 일이자 사명으로 삼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그녀는 딸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원경릉은 이 질문을 다섯 아들에게도 물어본 적 있었다. 이제 찰떡도 자신만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원경릉은 딸에게 묻지 않았다. 다섯 아들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무도 택란에게 묻지 않았다. 묻는다면, 택란은 답을 할 것이고, 답에 따라 그녀만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왠지 그녀가 계속 집을 떠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택란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겨우 고개를 들며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제 말을 아버지에게는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 일은 그저 생각만 하는 것뿐, 정말 하려는 건 아닙니다."
원경릉은 부드럽게 답했다.
"어머니와 딸이 나눈 이야기를, 어찌 말하겠느냐? 네 아비랑 오라버니들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우리도 듣지 않으면 그만이지."
택란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어쩌다 앳된 모습이 보였다.
"맞습니다. 저희는 사내들 일에 신경 쓰지 않지요."
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우리 귀한 딸이, 이 어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택란은 깊게 숨을 쉬었다. 이 생각이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지만, 너무 철없고, 상황에 맞지 않은 생각이라 느끼고 그동안 말한 적 없었다.
"어머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다스리시는 이 나라가, 정말 모든 곳이 맑고 깨끗한가요?"
"음... 그렇지 않다. 너의 아버지는 현명한 군주이지만, 지방에도 전부 훌륭한 관리들이 있는 건 아닌 법. 설령 다 훌륭한 관리들이라고 해도, 어느 곳이든 부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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