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제이 그룹 대표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진수혁이 부모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질문이 아니라 사실을 서술하듯 내뱉은 한마디였다. 진성규는 곧바로 쏘아붙였다. “뭐든 네가 지금 하는 짓만 아니면 돼!” 진수혁은 더 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그가 그때 전화를 건 건 서지수가 감당하기 어려울까 봐서였다.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기에,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분명히 온갖 방법으로 서지수에게서 아이 양육권을 빼앗으려 들 터였다. 하지만 더 이상 간섭할 자격은 그들에게 없었다. “진수혁!” “거기 서!” “내 말 안 들려?” 두 경호원에게 가로막혀 끌려가듯 떠나는 진성규는 분노와 욕설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의 고함이 뒤에서 메아리쳤다. 진수혁은 귀에 담지 않고 묵직한 걸음으로 대표이사실로 돌아왔다. “진씨 가문 상속자가 너 하나뿐인 줄 알아?” 점점 멀어지면서도 진수혁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대표 자리 제대로 못 지키면 민기한테 넘길 거야!” “그만 좀 해요.” 김진희는 속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미친 짓을 하는데 내가 뭐라 못 해?” 진성규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쟤는 공인이야! 제이 그룹의 얼굴이라고!” 김진희는 더 말하지 않았다. 잠시 뒤, 두 사람은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제이 그룹을 나왔다. 차에 타자 진성규가 기사에게 소리쳤다. “이원 게임 회사로 가.” “수혁이 말 그냥 하는 게 아니에요.” 김진희가 오히려 냉정을 찾으며 말했다. “그 일 이후로 애 마음이 우리한테서 완전히 떠났잖아요. 서지수 건드리면 정말 부자지간이고 뭐고 없을 거예요.” “내가 걔를 무서워할 것 같아?” 진성규가 허세를 부렸다. 김진희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이 그룹이 어떻게 걔 손에 들어갔는지 잊었어요?” 진성규는 몸부터 굳더니 표정까지 서서히 굳어졌다. 결국 말문이 막힌 것이다. “조금만 더 지켜봐요.” 김진희가 날짜를 확인하며 낮게 말했다. “두 사람이 이혼했는데도 저렇게 멋대로 굴면, 그때 다른 방법을 생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