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몸을 휘청거리며 얼굴이 새파래진 민도준은 쓰러지기 직전처럼 보였다.
진나연은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네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직업과, 목숨처럼 지켜오던 자존심을 모두 잃은 꼴을 보니...”
그녀는 관객처럼 그의 비참한 모습과 지팡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더니 이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말 만족스럽더라.”
‘만족스럽다고?’
민도준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주먹에 얻어맞은 듯했다. 그 고통은 그를 거의 질식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녀가 이렇게나 평온한 어조로 만족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녀가 자신을 때리거나 욕하거나 죽이기를 바랐다.
이는 그 어떤 잔혹한 고문보다도 잔인했다.
진나연은 더 이상 그를 보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이제 너의 마지막 약속을 지켜. 영원히, 완전히, 내 삶에서 꺼져 줘.”
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의 머무름 없이 그 자리에 굳어 버린 그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지난날의 유물을 보는 듯 그를 지나 아파트 현관으로 향했다.
키를 자물쇠에 꽂아 돌린 후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쾅!
이 소리는 마치 마지막 심판과도 같이 그를 완전히 그녀의 세계 밖으로 밀어냈다.
민도준은 마치 석화된 듯이 그 자리에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파닥!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봉투가 땅에 떨어졌다. 바닷바람이 스치자 바닥에 흩날리는 종이들은 산산조각 난 그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석양이 바다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는 등을 구부린 채 영혼을 잃은 석상처럼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주변에는 그의 텅 빈 옷자락을 스치며 우는 바닷바람의 숨소리만이 파고들었다.
민도준이 제출한 증거는 마치 끓는 기름에 떨어진 불꽃처럼 순간적으로 국내에 축적된 여론 폭풍을 일으켰다!
명확한 증거!
심씨 가문의 자작 납치극과 심수아의 여러 차례 걸친 살인 미수, 시신 손괴, 살인 의뢰 등 모든 범죄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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