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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천우빈은 눈치가 빠른 남자였다. 그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이해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로펌은 항상 나연 씨의 버팀목이 될 거예요.” 한편 그 도시의 다른 한쪽 그녀의 로펌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에서 민도준은 조용한 유령처럼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정체로 이곳에 정착했다. 한때 권력의 정점에 섰던 그 민도준이란 법관은 죽었다. 이제 그는 알 수 없는 속마음과 미스터리한 자본을 가진 사업가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오직 한 가지 일을 위해서 남들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자원과 방법을 동원했다.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진나연의 세상에 드리워져 그녀 앞에 놓일 수 있는 모든 장애물을 조용히 치워버리는 것이었다. 그녀가 직장에서 만난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소송을 취소하거나 화해했다. 그녀가 집을 얻을 때 마주쳤던 성가신 이웃은 순식간에 이사를 가 버렸다. 가끔 늦게 귀가할 때면 그녀의 뒤쪽 가로등이 항상 의도치 않게 켜져 있었으며 어둠 속에는 그녀가 현관에 다다를 때까지 지켜보는 듯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마치 가장 집요한 수호자이자 스스로를 징벌하는 참회자처럼 그늘 속에서 그녀를 위해 겉으로는 평온하고 잔잔한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존재를 감지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는 마치 그녀의 그림자와 같아 빛에 의지해 존재하지만 정작 그 빛이 주는 온기에서 영원히 추방된 존재다. 그는 특별한 경로를 통해 그녀의 로펌이 맡은 모든 사건과 그녀 삶의 지극히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시했다. 그녀가 점차 자신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속은 마치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병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위안도 함께 찾아왔다. 이렇게 뒤틀리고 비뚤어진 지킴은 그가 살아가는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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