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윤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허지현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배성준을 노려봤다.
“이 쓰레기 같은 인간아. 네가 무슨 낯짝으로 이슬이 앞에 나타나? 그동안 저지른 짓들 다 잊은 척 모르는 척하면 끝나는 줄 알아? 네 그 상간녀는 이미 잡혀갔잖아? 넌 구하러 가지 않고 왜 여기 있어?”
배성준은 얼굴이 잿빛으로 굳었지만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허지현은 원래부터 그를 못마땅해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신도 이런 끔찍한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한 고통을 받을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가장 소중한 친구 윤이슬이 마음과 몸을 산산조각 내는 고통을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혼수상태였던 동안에도 윤이슬이 자신에게 쏟았던 노력과 희생을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이슬이 예전에 배성준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걸 알아서 윤이슬이 배성준에게 상처받고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허지현은 미쳐버릴 것처럼 화가 치밀었다. 살인이 불법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남자에게 칼이라도 들이밀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뻔뻔한 인간이 이제 와서 윤이슬 앞에 나타나 용서를 구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꺼져. 얼른. 우리 이슬이 눈에 안 띄게.”
허지현은 이를 갈며 말했다.
“너는 네가 저지른 일들 몽땅 인정하고 자수해서 감옥 가. 사회에 더 이상 피해 끼치지 말고!”
그 말을 듣자 배성준은 참지 못하고 토를 달았다.
“그런 거 아니야. 나 그렇게... 진짜로 그런 미친 짓까지는...”
그는 더듬거리며 윤이슬의 손을 잡으려 다가왔다.
“난 그냥 그때는...”
“그때는 뭐? 그딴 생각도 하지 마!”
허지현은 그의 손을 내리치고 코앞까지 손가락을 들이밀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안 했다고? 윤이슬 납치한 놈들도 네가 시킨 거 아니야? 이슬이 엄마 묘 훼손한 거 그거 네 짓 아니야? 이슬이 폭발 사고로 다친 거 그것도 네 짓이지? 뭘 아니라고? 네가 다 했어! 네가 뒤에서 받쳐주니까 윤희정 같은 미친년이랑 늙은 여우 같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