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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 채 윤이슬은 자신이 수술대에 묶여 있는 것을 느꼈다. 희미하게 의식을 잃으려는 찰나 그녀의 귀에 누군가 떠나기 전 남긴 말이 울려 퍼졌다. “배성준이 시켰어. 최대한 은밀하게 해. 자기 골수를 빼간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이 악독한 여자가 윤희정에게 복수할 거야.” “알겠습니다!” 윤이슬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손발이 힘없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수술칼이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마취가 풀렸다. 극심한 고통에 윤이슬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온몸이 절망 속에서 비틀렸다. 주치의는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더욱 냉랭한 태도를 취했다. “돈 내밀면서 나에게 부탁한 사람이 있어요. 당신한테 지옥의 맛을 경험하게 하라고 했어요. 윤이슬 씨한테 앙심 품은 거예요. 운이 좋아서 살아남으면 제발 앞으로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마요. 윤희정 씨의 것은 윤이슬 씨가 감히 넘볼 자격이 못돼요.” 말을 마치자 그는 윤이슬의 처절한 비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주삿바늘을 그녀의 척추에 꽂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녀 머리 위 모니터에서 윤이슬의 기억 속 가장 끔찍한 장면이 나타났다. 어머니가 손목을 그어 자살한 후의 사진들이 각도별로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배경음악은 아버지 윤병건이 후에 새어머니 허정연과 재혼할 때의 결혼식 음악이었다. 윤이슬의 정신과 몸은 고통으로 극한에 다다랐다. 그녀는 손톱이 벗겨지고 피가 흐르는 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끔찍한 수술은 10시간 만에야 끝났고 윤이슬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배씨 가문의 개인 병원에 있었다. 배성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슬아, 드디어 깼구나. 의사가 말하길 이전에 병이 완치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쓰러졌다고 했어.” 하지만 윤이슬은 그의 거짓말을 들으며 무표정한 표정으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배성준은 직감적으로 그녀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꼈다. 살짝 찌푸렸던 눈썹을 풀며 말을 하려던 순간, 웨딩플래너가 들어오며 그를 막았다. 웨딩플래너는 두꺼운 사진첩을 꺼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배성준 씨, 결혼식 준비는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윤이슬 씨가 보내주신 사진첩에서 두 분의 사랑을 대표할 사진 몇 장을 골라주시면 돼요.” 사진첩 속 모든 사진에는 날짜와 장소 그리고 윤이슬의 진심 어린 고백이 적혀 있었다. 윤이슬은 한 달 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직후 배성준이 자신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해 그동안 정리해 둔 두 사람의 사진첩을 미리 예약해 둔 웨딩플래너에게 보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달콤한 추억은 의미 없는 역겨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배성준은 사진첩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던 그의 친구도 사진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윤이슬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낙엽을 멍하니 바라봤다. 웨딩플래너가 재촉하자 배성준은 대충 사진 몇 장을 고른 뒤 병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에는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배어 있었다. 해가 지자 윤이슬은 밖에 나가 숨을 돌리려 했고 계단에서 배성준의 친구가 그를 다정하게 설득하는 소리를 들었다. “성준아, 난 윤이슬 씨가 진심인 것 같아. 내일 결혼식은 예정대로 하고 그냥 둘이 잘 살아.” 어둠 속에서 배성준의 손가락에 남은 빨간 담뱃불이 깜빡였다. 몇 초 후, 그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낮게 말했다. “희정이 임신했어. 실망시킬 수는 없어.” 말이 끝나자 분위기는 완전히 정적에 잠겼다. 뒤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윤이슬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라이터를 빌려 사진첩을 들고 계단 아래 철로 된 폐기물통을 찾아 사진을 불태웠다. 배성준이 찾아왔을 때 사진첩은 이미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뭘 태우고 있는 거야?” 윤이슬은 무심하게 말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쓰레기.” 배성준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음 날 윤이슬은 배성준 측에서 데리러 오기 전에 직접 택시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갔다. 외장하드를 사회자에게 전달하자 마침 그때 배성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윤이슬은 전화를 받으며 고개를 들자 통유리 밖에서 예복을 입은 배성준이 보였다. “이슬아, 왜 웨딩드레스 안 입었어? 제발 장난치지 마. 오늘은 우리 가장 중요한 날이야!” 배성준은 초조하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제할 수 없는 폭풍전야인 듯한 불안함을 느꼈다. 윤이슬은 가볍게 웃었다. “그것보다 희정이를 좀 신경 쓰는 게 좋겠어. 곧 더 유명해질 테니까.” 말이 끝나자 배성준은 무의식적으로 윤희정을 찾았다. 그때,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현장 모든 하객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한 달 전 절에서 배성준과 사람들이 윤이슬을 망신 주려던 녹음이 재생된 것이었다. 하객들은 술렁였다. 배성준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부하에게 계획을 서둘러 실행하라고 지시했지만 부하는 당황하며 말했다. “배 대표님, 찍어둔 윤이슬 씨의 혼미한 상태로 침대에 있는 사진과 납치당해 폭행당하는 영상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순간, 배성준은 모든 것이 윤이슬과 관련되었음을 깨닫고 분노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연회장 밖에서 날카로운 경찰 사이렌이 울렸다. 곧 진지한 표정의 경찰들이 군중을 뚫고 배성준 앞에 섰다. 선두에 선 경찰은 냉정하고 권위 있게 말했다. “배성준 씨, 저희는 신고받고 출동했습니다. 여러 건의 고의 상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협조하여 동행해 주세요.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끊고 구석에서 얼굴이 창백한 윤희정 일가족을 바라본 뒤 말을 이어갔다. “15년 전, 미소보육원 화재 사건으로 원장님과 15명의 아이가 사망했습니다. 사건의 배후인 허정연 씨, 함께 와 주시죠.” 이 말을 들은 배성준은 반사적으로 반박했다. “그럴 리 없어요. 당시 희정이가 그 보육원에 있었는데 어떻게 해칠 수 있겠어요?” 선두에 서 있던 경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당시 보육원에 윤희정 씨가 있었다고 하던가요? 당시 보육원에서 살아남은 건 단 한 명의 듣지 못하는 소녀뿐이며 허정연 씨가 연줄을 써서 보육원에 보낸 겁니다.” “이름은 윤이슬입니다.” 배성준은 큰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눈 속에는 절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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