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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조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서희진은 비웃듯 말했다. “아직 민재의 병력을 전부 보지 못했나 봐? 민재가 앓고 있는 병은 선천성 신장 위축증이야. 그래서 윤지훈이 처음부터 너에게 접근해 아이를 낳게 한 거지. 네 아들의 신장이 필요했던 거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혀를 찼다. “정말 불쌍하네, 조서연. 사실 네 아들은 그냥 내 아들의 이동식 신장 공급원이었을 뿐이야.” 서희진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조서연은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갑자기 수많은 장면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윤지훈이 다정하게 그녀를 안으며 빨리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 무릎을 꿇고 청혼하며 최고의 삶을 주겠다고 약속하던 모습, 침대 위에서 끊임없이 그녀를 탐하며 아이를 빨리 갖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윤지훈과 서희진의 아이를 위한 음모였던 것이다. 조서연의 심장은 터질 듯 아팠다. 그녀는 힘껏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며 질식할 것 같은 감각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모두가 떠난 틈을 타 조서연은 서초구에 있는 가정법원 등기소로 가 이혼 청구서를 제출했다. 등기소 직원은 여러 차례 조회를 거친 뒤에야 서류를 그녀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조서연 씨와 윤지훈 씨 사이에는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조서연 씨의 혼인 상태는 미혼이며 윤지훈 씨의 부인은 서희진 씨입니다.” 조서연의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멍하니 서류를 받아 들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햇볕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자 차갑게 식어 있던 몸에 조금씩 온기가 돌아왔다. 그때, 이탈리아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서울행 노선 허가가 나왔어. 며칠 뒤에 내가 직접 서울로 데리러 갈게.”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뒤통수에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그녀는 그대로 다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와 서희진은 창고에 묶여 있었다. 복면을 쓴 납치범은 칼 한 자루를 바닥에 던지며 맞은편에 서 있는 윤지훈에게 말했다. “윤지훈, 이 둘 중의 한 명을 골라서 열 번 찔러.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은 살려서 보내주지.” 조서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윤지훈을 바라봤다. “서연아, 미안해. 민재가 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서 희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 오늘은 네가 희생해 줘야겠어.” “푹!” 칼이 그녀의 팔에 깊숙이 박혔다. 조서연은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남자를 쏘아봤을 뿐이었다. 한때 모든 사랑과 신뢰를 바쳤고 그의 아이를 낳아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 윤지훈은 그녀의 시선과 마주치자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이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칼을 뽑아 다시 냉정하게 찔러 넣었다. 열 번째 칼이 꽂혔을 때, 조서연의 의식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그녀의 시야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서희진을 안고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뿐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살짝 열린 병실 문틈으로 서희진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아, 사실 오늘 납치범은 내가 고용한 거야.” “알고 있어. 그래서 처벌하지 않은 거야.” 윤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불안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동안 내가 조서연 곁에 있었으니, 네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서 가끔은 자기 중요성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거겠지.” 조서연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윤지훈 곁에 있으면서 그의 수많은 적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납치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매번 납치될 때마다 윤지훈은 늘 중요한 일로 발이 묶여 있었다. 언제나 그녀가 온갖 고초를 겪은 뒤에야 그는 나타나 그녀를 구했다. 결국 그 납치범들은 모두 서희진이 고용한 사람들이었고 윤지훈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던 것이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윤지훈이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서연아, 이번에 네가 고생했어. 푹 쉬어...” “짝!” 손바닥이 윤지훈의 뺨에 거세게 부딪혔다. 너무나 강한 힘에 그의 뺨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윤지훈은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을 느꼈다. 그는 눈빛을 어둡게 가라앉힌 채 혀로 볼 안쪽을 훑으며 차갑게 웃었다. “조서연, 너...” 그러나 고개를 들어 결연하면서도 눈물로 얼룩진 조서연의 얼굴을 마주하자 그는 차마 모진 말을 내뱉지 못했다. 심장이 누군가에게 세게 움켜쥐였다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윤지훈은 모든 분노를 억누르고 한층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푹 쉬어. 민재가 좀 나아지면 같이 바람 쐬러 나가자.” 윤지훈이 떠났고 조서연은 곧 퇴원 수속을 밟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간단히 자신과 윤지율의 물건을 챙긴 뒤 모든 직원에게 휴가를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리콥터 한 대가 별장 옥상 헬기장에 착륙했다. 조서연은 짐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배수혁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서연아.” “오랜만이야.” 조서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재빨리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비행기에 폭탄 있어?” 배수혁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당연하지.” 잠시 후 헬리콥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서연은 점점 작아지는 별장을 바라보다가 손에 쥔 기폭 장치를 눌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헬리콥터는 이탈리아를 향해 날아갔다. ... 한편, 병원에서는. 서희진이 다급하게 윤지훈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어, 지훈아. 민재에게 급성 거부 반응과 다발성 합병증이 나타났어. 상황이 너무 위험해서 다시 수술해야 해!” 윤지훈은 벌떡 일어섰고 두 사람은 하민재의 병실로 달려갔다. 병실 침대 곁에는 의사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고 백발의 원장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윤지훈 씨, 민재의 현재 상태는 매우 위독합니다. 서울시에서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조 선생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 선생의 손은 이미...” “왜 그 여자를 찾아요?” 서희진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여자는 잠자리를 통해 이 자리까지 올라온 여자일 뿐이잖아요! 여기 의사가 이렇게 많은데, 수술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인가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원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윤지훈 씨, 조 선생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은 모두 헛소문입니다. 하지만 조 선생의 의술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비록 더 이상 수술칼을 잡을 수 없는 손이 되었지만 곁에서 보조하고 지도한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윤지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지시했다. “조서연의 병실로 가서 당장 데려와!”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 선생은 이미 퇴원했습니다.” 윤지훈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조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을 듣고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서연이 그를 차단한 것이다. 윤지훈은 다시 별장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서연 지금 어디 있어? 당장 병원으로 데려와!” 집사는 불안한 목소리로 답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오늘 돌아오셔서는 모든 직원에게 휴가를 주셨습니다.” 윤지훈은 휴대폰을 쥔 손에 점점 힘을 주었다. 그의 주변에는 더욱 매서운 기운이 감돌았다. 바로 그때, 부하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대표님. 별장이 폭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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