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내 말을 들은 주오성의 얼굴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평생을 귀족처럼 살아온 그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찌질이로 전락하고 싶겠는가.
“정 실장이 날 도와주는 데 조건이 없을 리 없겠죠?”
“내가 뭘 하면 되는데요?”
그의 질문은 내 확신을 더해줬다.
‘그래, 결국은 손잡게 되어 있어.’
“간단해요. 나중에 오성 씨가 임가을이랑 결혼하면 임씨 가문은 오성 씨가 책임지고 운영해요.”
“우리 사이에 불필요한 다툼은 없고 서로 건드리지 않고 각자 사업만 하면 돼요. 서로 윈윈이죠.”
“어때요?”
물론 이건 다 뻥이었다.
주오성이 정말로 임가을과 맺어진다면 그건 곧 임씨 가문에 종이 울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게 다예요?”
“그럼 뭐, 더 있어요?”
내가 되묻자 주오성은 한참을 날 바라보다가 결국 믿기로 했다.
“좋아요, 할게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가 응하자 나도 미소를 지었다.
“내가 기회를 만들어줄 거예요. 근데... 오성 씨 침대에서 괜찮죠?”
“임가을이 그러더라고요, 진해수는 침대에서 진짜 쓸모없다고.”
임가을은 그쪽 욕구가 확실한 편이라 주오성이 최소한 기대는 충족해줘야 했다.
“흥, 그 여자 매번 나한테 살려달라고 빌었어요. 이 정도면 되죠?”
주오성은 자신감 가득하게 말했다.
“좋아요, 그 정도 자신 있으면 됐어요.”
“내 연락만 기다려요.”
“그리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임가을이나 회장님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죠?”
물론 주오성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래도 한 번은 못 박아두는 게 좋았다.
“걱정 마요. 내가 그 정도도 구분 못 할 정도로 멍청한 줄 알아요?”
주오성이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내 기분은 아주 좋았다.
주오성은 내가 준비한 ‘말’일 뿐이었다.
임태경이 결혼을 파기하게 만들기는 힘들다. 하지만 임가을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런 여자들은 돈과 욕망에 취한 삶을 살면서 뭐 그리 복잡한 꿍꿍이가 있겠는가?
게다가 난 진해수가 정말 임가을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도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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