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다음 날, 회사에 출근했을 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어딘가 수상했다.
그리고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서실의 도어록이 교체되었다.
반면, 임가을이 안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문 좀 열어줄래요?”
임가을은 냉소를 지었다.
“네 짐은 밖에 내놨어. 오늘부턴 복도에서 일해. 괜히 눈에 거슬리지 말고.”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고 나는 묵묵부답했다.
바닥에 놓인 커다란 박스 안에 서류들이 담겨 있었다.
무려 세 개나 되었다.
“빨리 안 꺼져?”
“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박스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하여 회사에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복도에서 일하는 비서 실장이라니.
바닥에 널브러진 서류 더미 위에 마치 벌이라도 받은 학생처럼 쪼그려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실장님, 이 서류 검토해 주셔야 합니다.”
이때, 몇몇 부서장이 다가왔다. 비록 말투는 공손했지만 표정에 경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네.”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서류를 확인한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주씨 가문?”
문득, 그날 임가을과 호텔 방에 있던 기생오라비가 떠올랐다.
“문제가 좀 있는데요?”
그러자 부서장은 나를 힐끗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실장님, 이건 대표님의 뜻입니다.”
임가을이 허락했다고?
멍청하긴.
“대표님이 허락했으니...”
막 사인하려던 순간 손이 멈칫했다.
서명을 절대 해서는 안 되었다.
단순히 협력이라면 그냥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주씨 가문은 재단을 설립해 물류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혀 관련 없는 업종이라 임씨 가문은 자금뿐만 아니라 실무까지 맡아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회사가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임씨 가문에서 투자한다면, 나중에 재단이 매각될 때 주씨 가문은 아무 대가 없이 절반의 이익을 분배받는다.
물론 얼마를 가져가든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니까.
하지만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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