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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속삭이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잔물결처럼 흔들리던 웅성거림도 칼날에 잘린 듯 사라졌고, 한병철과 최지영의 표정은 낡은 석상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그 사이로 백도원이 천천히 걸어왔다. 심판을 내리듯 느릿한 걸음과 입가에 걸린 미소는 차갑고도 건조했다. 얼음장처럼 시린 눈빛으로 최지영을 내려다보자, 그녀가 손끝을 미세하게 떨어댔다. “참 대단해, 최지영. 내쫓고 싶은 사람은 바로 내쫓을 수 있으니.” 그는 조롱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설마 자기를 정말로 공주라도 믿는 건 아니지?” 백도원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백씨 가문의 도련님은 본래 순한 성정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 무른 침묵과 양보는 오직 한세희에게만, 아주 잠시 허용됐던 예외였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가 사라진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차갑게 굳은 마음뿐이었다. 최지영의 얼굴도, 배경도, 더는 그가 돌아볼 이유가 되지 못했다. 최지영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발끝에 드리운 드레스 자락이 조용히 흔들리고, 움켜쥔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부드럽게 펼쳐져 있던 천이 구겨졌다. ‘이도원이... 아니, 백도원이... 백씨 가문의 후계자라고?’ 최지영은 머리 위에 벼락이 내리친 것처럼 머리가 하얘졌다. ‘어제의 일을 겪고도 나를 택할 리 없어... 어떡하지?’ 그러나 지금은 이미 약혼 소식을 널리 퍼뜨린 후였다. 그런데도 백도원과 결혼하지 못하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조롱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절대 안 돼!!!’ 식은땀이 한병철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거지새끼라 생각했던 이도원이 백도환의 유일한 상속자라니, 완벽한 뒤통수였다.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해. 나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이니까!’ “오해입니다, 오해예요, 백 대표님!” 한병철은 허리를 숙이며 필요 이상으로 웃었다. “도련님께서 제 딸아이의 곁을 지켜주셨다니, 이게 어찌 평범한 인연이겠습니까! 여기까지 오신 김에... 약혼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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