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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도원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돌아선 한세희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최지영에게 해라도 끼칠까 걱정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한세희가 피식 웃음을 흘리자 이도원은 그제야 뒤늦게 자신이 그녀의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자각한 듯, 허둥지둥 한세희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한세희는 이도원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미안해, 세희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 지영이가 너 찾으러 갔다가 사고 난 거잖아. 네 남자 친구인 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말을 잇는 동안 이도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한세희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한때 사랑으로 가득하던 눈빛은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 담백한 공백이 오히려 이도원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샹들리에 아래에서 네가 한 선택. 최지영에 대한 네 과도한 보호... 이도원, 내가 우스워? 네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최지영이랑 어디 한번 잘 해봐. 진심으로 응원할게.” 말을 마친 그녀가 낮게 두 사람의 관계를 끝냈다. “이도원, 우리... 이제 헤어지자.” 죽어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같던 말이었다. 그러나 막상 뱉고 나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어쩌면... 아픔은 한세희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실망과 함께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한세희는 이도원의 반응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돌아섰다. “한세희! 잠깐만, 나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나는...” “도원 오빠? 나 보러 온 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최지영의 달콤한 목소리에, 그의 외침은 맥없이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때, 한병철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5일 뒤, 정략혼 상대가 한세희를 데리러 올 거라는 짧고 냉담한 통보였다. 정신을 부여잡은 한세희는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부를 버릴 수 있어도, 어머니의 유골만큼은 절대 놓고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유골은, 한병철이 ‘조상 묘에 모셔야 한다’ 며 이미 본가로 옮겨둔 상태였다. 결국 그녀는 잠시 눈을 붙인 뒤, 곧장 차를 운전해 본가로 향했다. 본가에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최미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세희는 그쪽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시당한 여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벌떡 일어섰다. “한세희! 너는 애가 어쩜 그렇게 예의가 없니?! 나 네 엄마야! 보면 인사부터 해야지!” 그 날카로운 외침에 한세희는 짧게,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엄마? 당신이? 난 단 한 번도 당신을 어머니로 인정한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고.” 그녀는 최미희의 말을 끊고 곧장 유골함이 놓여 있던 방으로 향했다. 유골함은 분명 제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묵직해야 할 그것이 기이할 만큼 가벼웠다. “...” 손끝이 얼어붙고,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한세희는 이를 악문 채 거실로 되돌아갔다. 최미희는 팩을 붙인 얼굴로 눈을 감고 태연하게 쉬고 있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 한세희는 그녀의 얼굴에서 팩을 그대로 뜯어냈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는 용수철처럼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르며 고래고래 고리쳤다. “한세희!!! 너 미쳤어!? 이럴 거면 당장 나가!!!” “내 엄마 유골. 어디 있어.” 한세희의 목소리는 낮았고 또 매서웠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에 빳빳하게 굳어있었다. 그와 달리, 최미희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여유를 되찾았다. “아, 그 여자 말이야? 얼마 전에 유골로 보석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를 봤거든. 그래서 한번 직접 해봤지.”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위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고 최미희는 그것을 자랑하듯 흔들어 보였다. “어때? 내 새 반지, 꽤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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