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그날 밤, 주아윤은 몇 차례의 술자리를 전전하며 돌아다녔다. 덕분에 애초 예산보다 무려 열 배는 더 많은 투자를 따냈다.
술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집에 들어섰을 때, 뜻밖의 장면이 그녀를 맞이했다.
늘 밖으로만 나돌던 남편이 오늘따라 집에 있는 것도 모자라, 촛불을 켜고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 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왔어?”
소파에 앉아 있다 벌떡 일어난 고웅진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양 볼에 가득 찬 살들이 웃음에 출렁였고 그 모습은 불독을 연상케 했다.
“피곤하지? 오늘 하루 어땠어?”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주아윤은 저도 모르게 속이 울렁거렸다. 차라리 강아지였다면 귀엽기라도 했을 텐데 말이다.
자신은 외모도, 몸매도 완벽한데 도대체 왜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둬야 한단 말인가.
처음 이 결혼을 택한 건 고웅진이 가진 권력과 배경 때문이었다. 뚱뚱하긴 해도 외모야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고 저 정도면 바람기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불쑥 배가 불러온 여자가 찾아와 그녀를 조롱하듯 도발했다.
그 이후로 고웅진은 점점 본색을 드러냈다. 처음엔 잘도 달랬지만 그녀가 잔소리를 늘리자 그는 대놓고 다른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였고 그녀를 공기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젠 기대도 애정도 사라졌다.
그가 집에 석 달째 들어오지 않아도 더는 화낼 힘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집에 와서 애정을 표현하니, 오히려 역겨울 지경이었다.
주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야 집에 올 생각이 났어요?”
고웅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받아서 들었다.
“무슨 소리야, 여보. 내가 언제 집에 안 들어왔어?”
“그럼, 석 달 동안은 어디서 그렇게 즐겁게 지내셨어요? 밖에 있는 여우들하고?”
잠깐 굳었던 고웅진의 표정은 이내 다시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다정한 척 말했다.
“그런 건 다 잠깐이야.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야.”
주아윤은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랑?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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