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화
지금 당장이라도 영상을 꺼 버리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화면 속, 방문이 열리고 도둑질이라도 하듯 일그러진 진서라의 얼굴이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와 욕실을 확인하고, 다시 양현아를 힐끗 보았다. 주변이 안전한지 확인한 듯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초록 가루 봉지를 재빨리 꺼내, 아침 중 한 그릇 위에 뿌리고 손가락으로 두어 번 저은 뒤 허겁지겁 빠져나갔다.
사악.
모든 시선이 진서라에게 꽂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녀를 삼켰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추한 쥐가 햇빛 아래로 집어 올려져 숨을 곳 하나 없는 꼴이었다.
진서라는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상에, 범인이 진서라였어?”
“와, 아까까지만 해도 윤라희가 했다고 목청 높이더니, 호텔에서도 우리를 유도해서 윤라희가 질투해서 독 넣었다고 했잖아.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 거야.”
“역겹다, 게다가 속도 무섭게 꼬였네! 자기가 한 짓을 뻔뻔하게 남 탓으로 덮어씌우다니. 아직 20대인데 이 정도면 나중에는 어쩌려고.”
“도둑이 도둑 잡는다고 소리친 거네. 윤라희 진짜 불쌍하다. 한 일도 없는 데 누명을 썼어.”
“그러니까. 다행히 나는 진서라랑 안 친해. 저런 사람이 친구면 언제 뒤통수 맞는지도 모르겠다...”
“난 같은 팀이었어. 평소에 비위 안 건드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사람 속은 모르는 거네...”
바닥에 쓰러진 진서라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주변을 멍하니 굴렸다. 귀 끝에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칼날처럼 박혔다.
양진석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내려다보는 시선은 마치 시신을 보는 듯했다.
양현아의 얼굴도 오싹할 만큼 싸늘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짐작했다. 윤라희일 리가 없다고 말이다.
양씨 가문의 다른 식구들도 소식을 듣고 들이닥쳤다.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창백해진 얼굴에, 온몸이 물에 빠졌다 나온 듯 젖은 여자를 보자, 모두가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경호원들은 즉시 앞으로 나와 사람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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