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주아윤의 얼굴이 굳었지만 억지로 미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아윤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 “맞아요, 윤라희의 방해만 아니었다면 언니 재능이면 진작에 떴을 텐데 꼭 윤라희가 무너지길 기다릴 필요가 뭐 있었겠어요!” “그렇죠. 아윤 언니는 춤도 잘 추고 물뱀춤도 직접 창작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언니를 윤라희 같은 속 좁은 여자가 질투해서 수년간 빛을 못 보게 했죠. 다행히 하늘이 도와 윤라희가 무너졌지, 아니었으면 언니는 평생 윤라희 밑에서 억눌렸을 거예요.” “윤라희 그 여자는 진짜 속이 좁아. 이미 그렇게 유명했으면서 다른 사람이 잘되면 뭐가 그리 불편한지... 아윤 언니도, 조서영도 죄다 윤라희 손에 당했잖아요.” “조서영은 윤라희가 무너뜨린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자기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거죠.” 진서라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그건 얘기가 복잡해요. 그때 한꺼번에 터진 소문들이 너무 많았잖아요. 아무리 봐도 조서영은 누군가한테 덮어씌워 졌어요. 진실이 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몰라요.” “뭐? 조서영이 억울하게 당한 거였어? 그럼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야?” 진서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일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봤는지 생각해봐. 답 나오잖아.” 진서라는 이내 주아윤에게 말했다. “ 언니, 윤라희 조심하셔야 해요. 그 여자는 앙심 품는 거로 유명하잖아요. 조서영은 윤라희의 대역이었는데 좀 떴다고 바로 박살 냈잖아요. 언니는 그때 백댄서였는데 지금은 언니가 더 높이 올라갔으니. 분명 언니를 더 증오할 거예요.” 주아윤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떳떳하게 살아왔고 마음에 거리낄 것도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 조서영은 애초에 실력도 없으면서 스폰서에게 기대고 탐욕스럽기만 하다 몰락한 것뿐이다. 하지만 자신은 실력으로 지금 자리를 차지했으니 윤라희 같은 한물간 여배우 따윈 두려워질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주아윤은 자신 뒤에 서 있는 윤라희와 마주쳤다. 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