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앞자리에 한서준이 앉아 운전했다면, 아마 이런저런 화제로 분위기를 풀었을 것이다. 감성적인 한서준과 달리, 이성적인 문해성은 잘생긴 얼굴 말고는 사회성이 아직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주예원은 몇 번이나 말을 붙여 백세헌과 가까워지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차가 주씨 가문 별장에 닿을 즈음 비는 점차 잦아들었다.
주예원은 아쉬운 기색으로 차에서 내려 인사했다.
“회장님, 오늘 밤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찍 쉬어요.”
백세헌은 한마디만 남기고 문해성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
오션 빌리지에 돌아왔을 땐 자정이 다 되어 있었다. 그가 3층 마스터룸의 양쪽 문을 밀어 여는 순간, 눈앞의 장면에 피가 솟구쳐 올랐다.
늘씬한 강인아가 비단 커버를 깐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언제나처럼 검은 실크 슬립 차림이었다.
자세가 흐트러져 치맛자락은 허리께까지 말려 올라갔고, 길고 흰 두 다리는 아낌없이 공기 중에 드러나 있었다.
거의 두 미터에 이르는 푸른색 루시퍼의 몸이 넝쿨처럼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백세헌의 머릿속에, 바다풀 같은 장발의 정령 요정이 숲에서 사악한 뱀 요괴에게 길을 막혀 왕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그림이 번쩍 스쳤다.
이른바 ‘미녀와 야수’의 시각적 충격이 그의 가슴을 한 번 세차게 흔들었다.
잠깐의 놀람 뒤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강인아, 설마 루시퍼한테 놀라서... 죽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루시퍼는 누가 봐도 독사처럼 생겼지만 사실 독이 없는 종이었다.
색이 놀랄 만큼 아름답다 해도, 결국 길이 두 미터에 가까운 뱀이다. 성질도 드세어 사람을 자주 놀라게 했고, 한서준과 문해성조차 볼 때마다 피해 갈 정도였다.
걱정이 앞선 그는 성큼 침대로 다가갔다. 기척을 눈치챈 강인아가 경계하듯 눈을 뜨고, 그의 걱정 어린 시선과 딱 마주쳤다. 살아 있는 걸 확인하자 그는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휘감고 있던 푸른 뱀은 주인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장난스럽게 혀를 날름거렸다.
“루시퍼, 내려와.”
그가 낮게 명했다.
하지만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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