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백세헌은 자신이 버려진 고아처럼 느껴졌다.
바로 직전까지 자신과 생사를 함께했던 여자가 안전하게 착지한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평소 차가웠던 문해성조차 강인아를 한 번 더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문해성은 이런 재난을 겪고도 그토록 침착할 수 있는 강인아의 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님, 일단 병원으로 가셔서 치료받으셔야 해요.”
강인아가 그토록 다급하게 떠난 것은 그녀가 직접 처리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A 대의 오래된 건물이 곧 철거될 예정이어서 강인아는 그 건물에 있던 실험실을 서둘러 옮겨야 했다.
미리 정해둔 대로 오늘이 바로 이전하는 날이었다.
지현우가 강인아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맥과 연줄을 동원해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주씨 가문이 그녀에게 증여했던 부동산이 마침내 그녀의 명의로 이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강인아는 자신의 집이 생기자 곧바로 지현우에게 사람을 구해 이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그 오래된 건물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이삿짐 인부들이 실험 기기들을 차에 실을 때 학교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에게는 이미 인사를 드린 상태였다.
강인아가 새 실험실의 정착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엄태경은 기뻐했다.
덧붙여서 예전에 그녀가 건넸던 약의 효능이 놀라울 정도였다고도 말했다.
며칠 전 심장이 좋지 않아 거의 응급실로 실려 갈 뻔했는데 다급한 마음에 검은 약 한 알을 삼킨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그의 무사함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그를 해외여행에 보내 쉬게 하자고 결정했다.
전화기 너머로 엄태경은 지금 자신이 해외의 어느 개인 섬에서 햇살과 파도를 즐기고 있다며 신이 나서 자랑했다.
엄태경의 으스대는 모습에 강인아는 어이가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게 안전에 유의하고 몸조심하라고 당부한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
한편, 지현우는 인부들에게 실험에 사용할 모든 장비들을 미리 준비된 방에 배치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이 오래된 저택은 면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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