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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박주경은 노민준에게 받은 물건을 가지고 경매장을 찾아 가격을 문의했다. 경매장 측은 상자 속 물건을 확인하자 안경을 벗어 한쪽에 내려놓았다. “주경 씨, 이 물건은 본인 소유가 아니죠?” 상대방의 냉랭한 태도와 단호한 어조에 박주경은 잠시 당황했지만 웃으며 반문했다. “물건이 좋으면 그만이지, 누구 것인지는 무슨 상관이죠?” “있어요. 이 지역에서 노씨 집안의 물건은 저희가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박주경이 말했다. “노씨 집안의 물건을 왜 받을 수 없어요? 노씨 집안이 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상대방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상자를 돌려주었다. “그냥 가서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왜 본인은 오지 않고 주경 씨를 보냈는지 말이에요.” 상대방의 알 수 없는 눈빛에 박주경은 이 일에 노민준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어떤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상황에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안 받겠다면 말아요. 그렇게 허튼소리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허튼소리를 하는 건지, 주경 씨가 다른 데 가서 물어보시면 알 거예요.” 박주경은 당연히 다른 곳에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는 상자를 들고는 속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한 곳에서 거절을 당한 후 다음 장소를 찾을 때는 박주경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비록 상대방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똑같았다. 박주경은 노민준을 찾아가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제대로 묻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집에서 전화가 걸려 와 그를 급히 불러들였다. 박주경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베개 하나가 공중을 가르며 그를 향해 날아왔다. 박주경은 피하지 못하고 오직 품에 안긴 상자만을 꽉 움켜쥐었다. 베개는 부드럽기에 몸에 맞아도 아프지 않았다. 박주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러세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제가 왜 부모님을 화나게 했다는 거죠? 특별히 전화해서 불러들이시기까지 하시고요.” 문다영의 눈에는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 “품에 안고 있는 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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