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노민준은 고지수와 눈을 마주쳤지만 막상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일, 계속하는 거야?”
그의 말투에는 알 수 없는 조롱이 묻어 있었고 고지수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하지만 노민준의 그런 미묘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입만 굳게 다문 채 서 있었다.
고지수는 설명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변명처럼 들릴 뿐이고 결국엔 아무런 소용 없는 싸움만 남게 될 터였다.
“그래. 아직 이 일 하고 있어.”
노민준은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고지수의 태도는 한없이 냉담했고 그것이 더더욱 그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꺼내도 그녀를 더 화나게 할 것만 같았다.
노민준이 말없이 서성이는 사이 고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딱히 볼일 없으면 난 일하러 갈게.”
그 말과 함께 고지수는 옆에 있던 송서아와 함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넓은 어깨를 가진 건장한 청년이 장비를 들고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무거운 기계를 함께 옮기고 조명 세팅을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노민준은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와인잔이 넘실대는 이 화려한 파티에서 청바지를 입은 고지수는 단연 돋보였다.
세련되면서도 소박했고 무언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한 여성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오랜만에 보는 진심 어린 미소였다.
‘내가 싫다는 말 진심이었을까?’
그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그 한마디, 이제 자신을 좋아하지 않다는 말이 이상하리만큼 신빙성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감정은 있었어. 그걸 그냥 감춘 것뿐이야. 숨겨둔 거야. 내가 다시 꺼내면 되는 거잖아. 다시 끄집어내면 되는 거잖아!’
노민준은 옆에 늘어뜨린 손을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지고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쥐어졌다.
그때, 양문빈이 다가왔다.
“형, 뭐 보고 있어요?”
노민준의 시선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